스쿠버 다이버의 로망을 꼽으라면 이견 없이 동의하는 곳 중 하나가 팔라우다. 모두 34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팔라우에는 블루홀(Blue Hole) 블루코너(Blue Coner) 저먼채널(German Channel) 젤리피시레이크(Jellyfish Lake) 등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가 산재해 있다. 이중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젤리피시레이크(이하 ‘해파리 호수’)에서는 꼭 스쿠버 다이버가 아니더라도 수백만 마리의 해파리와 함께 헤엄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의 해파리는 오랜 세월 동안 외부와 격리된 환경에서 살아온 데다 먹잇감이 풍부하고 천적이 없다 보니 자포에 독성이 퇴화됐다.

스피드 보트를 타고 에일 마르크 섬에 도착한 후 5분 정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면 ‘해파리 호수’에 도착한다. 해파리 호수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말랑말랑한 해파리가 피부에 잘 닿을 수 있도록 수영복 정도만 갖추면 된다. 물속에는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무리를 이룬 황금해파리는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않는다. 물론 플랑크톤으로 분류되는 해파리들의 유영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사람을 피하고 싶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게다. 몸에 닿는 말랑말랑한 해파리의 감촉을 느끼며 헤엄치는 것은 퍽 흥미롭다. 물속에서 반투명한 해파리 몸으로 투영되는 햇살을 올려다보는 것 또한 환상적이다.

해파리호수에는 진성 해파리류인 황금해파리(학명 Mastigias papua)와 달해파리 한 종이 산다. 이중 황금해파리가 지배적으로 많고, 달해파리는 개체 수가 적다. 황금해파리라는 이름은 몸속에 공생하는 편모조류의 일종인 주산텔라(Zooxanthellae)가 황록색을 띠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른 해파리처럼 자포를 이용해 동물플랑크톤을 사냥하지만, 황록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공급하는 당류(탄수화물) 같은 영양물질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황금해파리와 황록조류의 공생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리공생관계이다. 황금해파리 입장에서는 공생조류로부터 부족한 영양분을 얻을 수 있고, 공생조류는 해파리 덕분에 태양 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다닐 수 있다.

해파리호수의 생태계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스쿠버 다이빙 장비를 사용하면 좋을 법하지만 이곳에서 스쿠버 다이빙은 금지돼 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호흡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 방울이 해파리를 해칠 수 있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스쿠버 장비를 이용하면 깊은 수심까지 내려갈 수 있다. 그런데 부분 순환 호인 ‘해파리 호수’는 수심 15ｍ를 경계로 호수의 물리적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수면에서 5ppm 정도인 용존산소량이 수심이 깊어지면서 서서히 줄어들어 수심 15ｍ에 이르러서는 제로(0)가 될 뿐 아니라, 맹독성인 황화수소 농도가 점진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다. 황화수소는 인체에 매우 해로워 피부에 닿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스쿠버 다이빙을 금지하는 이유는 15ｍ 수심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1997년~1998년 해파리호수의 황금해파리 수가 급격히 감소해 팔라우 공화국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관광이 주산업인 팔라우가 경제적 위기를 맞은 셈이었다. 당시 해파리 수 격감의 원인을 늘어난 관광객 때문으로 추정해 1998년 가을에는 관광객 출입을 금지시키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조사 결과 1997~1998년간 발생한 슈퍼 엘니뇨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파리 몸에 공생하는 황록공생조류가 죽은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후 수온이 원상태로 돌아가자 2004년 4월 이후부터 황금해파리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해 2005년 4월에 이르러서는 이전 상태로 완전 회복되었다. 해파리는 어미 형태로 사는 기간이 짧고 폴립 형태로 부착 생활하는 기간은 스스로 연장할 수 있다. 수온이 올라가 공생조류가 살아가기에 불리한 환경이 되면 폴립 상태로 계속 머물러 있다가 환경 조건이 맞으면 어미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황금해파리1-해파리의 감촉을 느끼며 수영을 즐기는 것은 팔라우 해파리 호수에서만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다.

	황금해파리2-무리를 이룬 황금해파리들은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않는다. 손으로 만지는 해파리의 촉감은 말랑말랑한 젤리 같 다.

	황금해파리3- 황금해파리라는 이름은 몸속에 공생하는 편모조류의 일종인 주산텔라(Zooxanthellae)가 황록색을 띠기 때문이다.

	황금해파리4-팔라우 ‘락 아일랜즈’는 거대한 산호초가 수중보처럼 기다랗게 뻗은 지역에 흩어진 크고 작은 섬들을 통틀어 일컫는다.

	황금해파리5-락 아일랜즈의 기기묘묘한 바위섬 아래쪽은 파도에 의해 깎여 아랫부분이 잘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