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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 월드<1>남극에서 스쿠버다이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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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해는 1년 내내 섭씨 0도 안팎을 유지하는 차가운 바다다. 남극해를 차갑게 만드는 것은 남극 순환 해류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이 해류는 남극 대륙을 둘러싼 채 시계 방향으로 흐르며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바닷물이 남극해로 섞여드는 것을 막아 버린다. 얼음보다 차가운 바다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역설적으로 남극 순환 해류 덕에 남극해는 오히려 안정적이고 독특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영하 수십 도까지 곤두박질치는 땅 위와 달리 바닷속은 언제나 0도씨 안팎의 일정한 수온을 유지하니 성공적으로 적응한 해양생물에는 이곳만큼 살기 좋고 안정적인 환경은 없는 셈이다.

첫 번째 남극을 찾았던 2006년 11월~12월 스쿠버다이빙으로 세종과학기지 인근 바닷속을 30회 관찰했었다. 당시까지 세계 각지에서 2000회가 넘는 스쿠버다이빙 경험을 가지고 있었지만 남극 바닷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상당히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첫 다이빙은 세종과학기지 부두에서 마리안소만 빙벽 쪽으로 향하며 진행했었다. 수중 직벽을 따라 바닥 면으로 하강하자 수심에 따라 종을 달리하는 다양한 바닷말들 사이로 삿갓조개, 남극대구, 성게, 말미잘, 해면, 불가사리 등이 눈에 들어왔다. 남극 바닷속은 바닷말의 천국이었다. 10m 아래부터 다년생 갈조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면, 얕은 수심대에는 1년생 녹조류가 자라고 있었다. 이들 바닷말은 식물플랑크톤과 함께 광합성을 활동하며 산소와 탄수화물을 생산하는 남극 바다의 1차 생산자 역할을 한다.

바람이 강하게 불던 날 기지 앞바다 관찰을 마치고 상승하는 데 수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필자가 수중활동을 하는 동안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해변으로 밀려온 유빙들이 서로 엉겨 붙어 수면을 얼음 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탓이었다. 공기통을 벗어 얼음을 쳐 올려봤지만 얼음 장판은 울렁거리기만 할 뿐 틈이 벌어지지 않았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얼음 케이지에 갇힌 듯 몸이 오싹해졌다. 어떤 환경에서든 부정적인 생각과 고민은 정상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만든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아 외해 쪽으로 나가자 엉겨 붙은 얼음 틈을 비집고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길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암흑천지 동굴 다이빙 중 출구 쪽에서 스며들어오는 생명의 빛줄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해표 울음소리에 긴장하기도 했었다. 펭귄마을 앞 해역에서의 일이었다. 수심 30m 바닥 면에 서식하는 해면동물 관찰을 마치고 서서히 상승하는데, ‘크엉~웅’ 하는 진동음이 전해졌다. 자기 영역임을 경고하는 해표 울음소리가 분명했다. 물개나 다른 해표까지 채간다는 남극의 절대포식자 표범해표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졌다. 빨리 수면으로 올라가 조디악 보트에 올라타야겠다는 생각은 굴뚝 같았지만, 깊은 수심에서 호흡한 압축공기 속의 질소를 완전히 배출시키기 위해서는 5분 이상의 상승 시간이 필요했다. 해표 울음소리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데, 천천히 상승하면서 목이 빠져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던 기억은 지금도 헛웃음을 짓게 한다. 표범해표가 입이라도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면 잠수병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상승 속도를 지킬 수 있었을까. 한 번씩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곤 한다. 이후 두 차례 더 남극을 찾으면서 해표와 함께 남극 바닷속을 유영하는 로망을 꿈꿔 보지만 아직 해표와의 해후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글·사진=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유빙-필자가 수중활동을 하는 동안 해변으로 밀려온 유빙들이 서로 엉겨 붙어 얼음 장판을 만들어버렸다.


   
다이빙-혹한의 남극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풀페이스 마스크 등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빙산 둘러보기-빙산 아래는 어떤 모습일까. 세종과학기지 연구원과 함께 빙산 아래 부분을 둘러보고 있다.


   
빙산에 올라1-빙산탐사를 마친 뒤 빙산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빙산에 올라2-빙산 탐사를 마친 뒤 빙산에 올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스큐아(도둑갈매기)와 함께-남극해 수중탐사를 마친 후 출수하자 스큐아(도둑갈매기)가 만만한 먹잇감인 줄 알고 날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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