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해도 가슴살 빠지지 않거나
- 통증 땐 ‘여성형 유방증’ 의심

- 중등도 이상 건강보험 적용돼
- 수술 통해 평평한 라인 가능

#. 30대 초반의 스마트한 청년이 성형외과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그는 약간 주눅이 들어있었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20대 초반부터 갑자기 가슴이 여성의 그것처럼 서서히 모양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헬스장을 찾아 열심히 운동을 해도 효과가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가슴이 돌출돼 이제는 헬스장조차 가지 못한다고 했다. 여름에는 이를 숨기기 위해 헐렁한 옷을 입었으며, 수영장 사우나 등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야밤에 러닝을 하면 이제 가슴이 출렁이는 느낌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전형적인 여성형 유방증(여유증)의 증세다. 여성형 유방증은 쉽게 말해 남성의 가슴이 여성의 유방처럼 발달한 상태를 말한다. 이는 가슴 부위에 과다한 피하지방의 축적과 비정상적인 유선조직의 발달에 기인한다.

BS더바디성형외과 오창현(성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몸매 가꾸기가 이미 트렌드로 자리잡은 요즘 다양한 연령층의 남성이 여성형 유방증에 대해 문의를 한다”며 “여성처럼 가슴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경우, 운동을 많이 해도 가슴살이 빠지지 않거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면 일단 여성형 유방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형 유방증의 원인은 크게 청소년기 여성호르몬의 증가로 인한 유선조직의 발달과(진성 여유증) 비만으로 인한 가슴부위의 지방 과다축적(가성 여유증)으로 나눌 수 있다.

청소년기가 지나면서 사라질 수도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가슴이 여성처럼 튀어나와 있다면 초음파를 통한 진단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무고환과 같은 선천적 요인도 있지만 외상이나 종양에 의한 고환 적출 및 기능 부전, 갑상선 등 내분비질환, 약물 부작용 등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임상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나는 특발성으로 발병하는 때도 있다. 또 청소년 시기에 비만이었거나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면 여성형 유방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선천적 또는 후천적 원인 질환이 있으면 치료가 필요하지만 특발성으로 발생한 여성형 유방증은 치료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부자연스러운 가슴 모양에 의해 자존감이 결여되거나 대인기피증과 같은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초음파 검진을 통해 중등도 이상(사이먼 분류표 상 Ⅱa, Ⅱb, Ⅲ단계) 여성형 유방증에 대한 지방흡입술은 건강보험 적용과 함께 보험사의 약관에 따라 실비보험 적용도 된다. 유방암의 유방 재건술을 성형 목적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여성형 유방증 수술 관련 지방흡입술도 원상회복 치료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형 유방증의 수술은 간단하다. 겨드랑이 주름 부위 및 유륜에 흉터가 보이지 않게 미세절개 후 가슴 부위 전체에 마취 용액을 주입한다. 유륜 주위를 포함한 가슴 부위의 지방 흡입 후 가슴을 평평하게 펴준다. 마지막으로 가슴 밑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가슴 아래 근막들을 확실하게 분리해 유선조직을 완벽하게 제거한다.

하지만 지방 및 유선조직만 제거한다고 유두유륜 부위가 납작해지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과정이 바로 유두유륜 피부를 가슴 근육에 고정해 늘어진 피부도 타이트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후 흉터가 남지 않게 섬세하게 봉합한다.

결국 여성형 유방증 수술은 유선과 지방조직의 제거 및 유두유륜부위의 피부 고정이다.

많은 양을 제거하면 표면의 울퉁불퉁함과 조직 괴사가 발생할 수 있고, 너무 적은 양을 제거하면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확한 양을 제거해 적절한 조직을 남기는 것이 수술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오창현 원장은 “요즘은 직접 남자 체형의 아름다움을 고려해 대칭적이고 탄력 있는 탄탄한 남자 가슴을 만든다”며 “단순히 평평한 라인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환자 본연의 근육라인을 자연스럽게 조각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콤플렉스를 이해하고, 미래를 공감하며 수술을 진행한다”며 “만일 여성형 유방증이 고민이라면 우선 병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흥곤 선임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