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환자=“약사님! 저 배탈 났나 봐요. 한 번 먹을 소화제 좀 주세요.”
약사=“뭘 먹었어요? 설사도 할 것 같은데…. 배가 아프거나 올리지는 않았어요?”
환자=“평소 먹던 대로 먹었고요. 회도 좀 먹었어요. 무른 변을 자꾸 보내요. 배도 좀 꼬이듯이 아파요.”
약사=“열은 없어요? 병원 안가도 되겠어요? 나쁜 무언가가 몸에 들어오면 얼른 내보내려고 설사하는 거라 큰 문제는 안되지만 너무 여러 번 설사하면 탈수가 올 수 있어요.”
환자=“열은 없고요. 제가 너무 바빠서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일단 간단히 먹을 수 있게 주실래요?”
약사=“요즘 일이 많은가 봐요?”
환자=“어떻게 아세요? 최근 좀 피곤하긴 했어요.”
약사=“평소에 탈을 일으키지 않는 음식도 내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우선 음식도 좀 조심하고 많이 쉬어야 빨리 좋아져요. 그리고 탈수가 일어나면 병원에 가야 하니 너무 차지 않은 이온음료수를 자주 마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날이 더워지면서 이런 증상의 환자가 약국을 방문하는 일이 한동안 증가할 것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염 증상은 대부분 배탈 설사 복통이지만 때로는 소화불량과 복통만 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구역질만 할 수도 있다. 때로는 어지러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몸이 평소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요 며칠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상한 음식 이외에도 차가운 음식, 기름기가 많은 음식, 우유, 과일류(바나나 제외), 돼지고기, 조개, 굴, 회, 커피, 술 등은 장염을 쉽게 일으키거나 장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이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렸거나 냉방을 지나치게 하거나 계속 피곤한 상태라면 장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왜 똑같이 먹었는데 나만 설사를 할까? 그건 내가 피곤하고 몸 상태가 안 좋거나 몸을 차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설이나 추석처럼 장시간 이동하는 상황이나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라면 늘 먹던 음식이나 식중독과 무관한 안전한 음식을 먹었음에도 장염으로 고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내 몸에서 염증이 잘 일어나게 하고, 몸의 모든 기능을 항진시키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장을 긴장하게 하므로 장이 지나치게 빨리 움직이거나 때로는 변비가 유발되기도 한다.
잘못된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는데도 장염이 올 수도 있다. 이 증상도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몸의 감염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를 먹는 동안 설사를 경험할 수 있다. 항생제가 장 안에 있는 여러 가지 균에도 영향을 미쳐 장내 유산균과 같은 좋은 세균까지 모두 죽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항생제를 먹은 뒤 설사나 복통이 있고 횟수가 하루 세 번 이상이라면 그냥 넘기지 말고 항생제로 인한 설사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유소아 감염증 치료에 항생제와 함께 유산균을 처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염은 무언가 이상이 있다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다. 증상을 없애는 약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런 신호를 보내는 걸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원인을 제거하면 몸이 좀 더 빨리 편해질 수 있다.
오거리약국 약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