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서도 부담없는 동전노래방
- 저렴한 값에 내가 원하는 노래만
- 반주 나오는 블루투스 마이크
- 장소 구애없어 가정에서 큰 인기
- 유통업계 매출 상승 ‘효자상품’
대한민국 음주가무의 상징, 노래방 문화. 단체 회식의 산실이었던 노래방이 1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집에서도 노래방 반주에 맞춰 마이크를 잡는 시대가 됐다. 울면서 노래를 불러도, 미친 듯이 날뛰면서 마구 소리를 질러도, 음이탈(삑사리)이 나든, 멱따는 소리가 나도 뭔 상관이랴. 2절까지 완창을 하고 싶지만 눈치가 보여 간주 때 슬그머니 취소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는 이 시대 노래방 문화를 탐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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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수영구의 한 동전(코인)노래방에서 20대 여성이 걸그룹의 노래를 열창하고 있다. 500원으로 1곡을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동전노래방에서는 500원짜리 동전은 물론 1000원권 지폐의 사용도 가능하다. 송진영 기자 |
■1000원이면 나만의 공간으로 충분
부산 수영구 한 동전(코인)노래방. 20대 여성이 혼자 노래방에 들어왔다. 3.3㎡(1평)를 조금 넘는 좁은 공간에 들어선 이 여성은 다비치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선곡한 뒤 500원짜리 하나를 넣었다. 전주와 간주는 물론 2절 끝까지 4분가량 완창을 한 그녀. 목이 좀 풀렸는지 1000원 지폐를 넣고 애창곡인 에일리의 ‘보여줄게’ 등 2곡을 연달아 불렀다. 이 여성은 이렇게 1500원을 쓰고, 목청껏 노래를 불러 ‘말 못할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풀고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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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에게 블루투스 마이크 사용법을 설명하면서 직접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마트 문현점 직원. 이마트 제공 |
밤 10시가 넘자 술에 다소 취한 30대 남성이 1만 원 지폐를 1000원짜리 지폐로 바꾸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아무래도 실연을 한 듯, 서글픈 이별 노래가 문밖으로 들려왔다. 노랫말 속 주인공이 된 탓일까 울먹이는 소리도 들렸고, 중간중간 노래 가사를 잇지 못했다. 20대 초반의 연인들이 들어간 방에서는 옆방의 사정도 모른 채 아이돌 최신곡이 연신 흘러나왔다.
동전 노래방 업주는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딱 몇 곡만 실속 있게 부르고 가는 게 요즘 대학가 등 도심의 트렌드”라며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를 하러 많이 오지만 1인 손님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소액으로, 짧은 시간 이용하면서, 그리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 동전노래방의 인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돈도 돈이지만 굳이 1시간 동안 노래방에서 이 곡 저 곡 부르면서 시간을 때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풀기는커녕 스트레스만 받고 오는 단체 노래방 문화를 경험할 필요도 없다. 감정 소비, 감정 소모가 전혀 없다는 게 동전노래방의 최대 장점. 혼자서 얼마든지 가수가 될 수 있다. 듣고 싶지도 않은 남의 노래에 손뼉을 치면서 억지 감상할 필요도, 아무도 내 노래에 관심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 따윈 아무 필요가 없는 곳이 바로 동전노래방이다. 딱 한 곡씩만 부르고 집에 가자는 부장님의 ‘거짓말’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동전노래방의 수익이 시간제에 비교해 낮을 듯하지만 업장 공간을 쪼개서 좁은 면적에 많은 기계와 공간(방)을 배치할 수 있고, 회전율도 높아 ‘목’만 좋은 곳이면 굳이 시간제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게 동전노래방 업주들의 설명이었다.
■내 손 안의 노래방에서 열창하라
멀리 갈 것도 없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마이크’만 있으면 바로 그곳이 노래방이다. 유튜브 사이트에는 국내 노래방기기 양대 업체인 TJ미디어와 KY(금영)가 만든 반주 영상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운전하면서나 집에 혼자 있을 때 이 반주 영상에 맞춰 한 곡조 뽑는 일은 이제 비일비재.
여기에 올해 유통업계의 최대 효자인 ‘블루투스 마이크’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 마이크는 대부분 스피커 일체형으로 반주와 음성을 마이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블루투스 기능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와 연동돼 노래방 앱을 활용할 수도 있다. 가정이나 소모임에서 이 마이크의 인기는 절정이다. 노래방 문화를 경험하기 힘든 어린이들의 가창력을 미리 ‘점검’해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지난 연말 송년회 시즌에는 모임의 막내나 총무가 이 마이크를 챙기는 데 분주했다. 단체 회식 뒤 2차로 노래방을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이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고 해산하면 됐기 때문.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30대 간호사는 “노래방에 갈 필요가 없으니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도 절약되고 억지로 후배들 끌고 가서 윗사람 노래 경청하는 불편도 없다. 스마트폰 이후 최대 발명품이 바로 블루투스 마이크”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마트 부산 6개점의 블루투스 마이크 판매 현황을 보면 2016년 1종에 불과했던 상품 종류가 지난해 말에는 10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11~12월 모바일 액세서리 분야 100여 종의 상품군 가운데 블루투스 마이크 제품이 1~3위를 모두 차지했다. 덩달아 모바일 액세서리 분야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고 하니 블루투스 마이크 제품의 인기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동전노래방이든 블루투스 마이크든 오늘 밤 노래 한 곡 불러보자. 진한 슬픔에 빠지든 흥에 양껏 취해 가무를 하든 동전노래방과 블루투스 마이크는 모두 받아줄 것이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