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장에 고정된 고리와 줄 잡고
- 신체 한 부분 의지해 자세 유지
- 흔들리는 줄에 체중싣고 버티면
- 근력·균형감각 저절로 강화
- 옆구리 엉덩이 저릴 만큼 아파도
- 팔심 길러줘 남자 푸시업도 거뜬
- 고리에 양발 건 잭나이프
- 10개도 힘들어 나뒹굴었지만
- 다음엔 잘하고 싶단 오기 생겨
한창 퍼스널 트레이닝에 빠져 있을 때 트레이너가 ‘오늘은 이걸로 운동할 겁니다’하며 가지고 오면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던 도구가 있었다. ‘그놈의 줄때기’라고 불렀던 TRX. 내 체중으로 내 몸을 운동시키는 운동기구들이 진짜 힘들다. 천장에 고정하는 고리와 거기에 연결된 Y자를 거꾸로 한 듯한 형태의 양쪽으로 갈라진 줄엔 삼각형 모양의 손잡이가 달렸다. 줄을 돌돌 말면 한 손에 쥘 수 있는 콤팩트한 운동 기구다. 벽이나 천장에 박아 놓은 앵커에 고리를 연결해 고정해 놓고 사용한다. 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내가 세상의 TRX는 다 불태워버리겠다고 다짐하던 그걸로 운동하기로 정하고 부산 남구 리얼핏(051-626-3111)을 찾았다. 인간은 어리석어서 실수를 반복한다는 게 정말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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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민(왼쪽) 대표와 기자가 등과 코어를 집중적으로 단련하는 잭나이프 동작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TRX가 무엇인지 검색하다 가장 처음 접한 이미지는 미군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TRX를 탱크의 포신에 걸어놓고 양 손잡이 부분에 양 발목을 각각 걸고 엎드려 뻗친 자세에서 양다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기는 거였다. 지금 보니 내가 하고서 헉헉댄 ‘잭나이프’ 자세다. 코어와 등에 집중하면서 내 몸의 무게는 팔로 지탱하는 거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지만 TRX는 특히 부들부들 떨면서 버텨야 한다. 몸의 한 부분을 줄에 의지하게 되므로 자세를 유지하려면 근력과 함께 균형감각까지 필요해서다.
팔심이 없어서 무릎을 대고 하는 푸시업도 근근이 몇 개 하던 내가 오랜 시간의 운동으로 바뀐 건 소위 무릎을 땅에 대지 않고 하는 남자 푸시업을 10개까지는 할 수 있게 된 거다. 물론 완벽한 자세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팔꿈치를 굽히고 엉덩이를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굉장한 변화다. 가늘고 긴 예쁜 팔은 아주 먼 나라 이야기로 보이지만 길고 건장한 팔은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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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우 동작은 등의 날개뼈를 최대한 모아주면서 가슴을 열어줘야 운동 효과가 크다. |
이날 처음 한 동작은 로우(ROW)로 등을 집중적으로 단련한다. 천장에 매달린 TRX를 양손으로 쥐고 팔을 쭉 뻗어서 몸을 약간 뒤로 누이듯이 해서 버틴다. 한 다리는 펴고 한 다리는 약간 구부려서 체중을 다리로도 지탱해준다. 엉덩이가 너무 뒤로 빠져도 안 된다. 이 상태에서 가슴을 열고 등의 양쪽 날개뼈를 최대한 가운데로 모아주면서 양 팔꿈치가 옆구리에 닿을 정도로 팔을 당긴다. 등에 자극이 강하게 와야 제대로 동작을 한 거다. 내 체중이 양팔에 더 많이 실려야 하고 허리가 너무 많이 꺾여 있어서는 안 된다. 상체가 곧게 펴진 상태에서 날개뼈를 모으면서 등을 짜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운동하다 보면 트레이너들이 ‘끝까지 힘주면서 짜주세요’ 하는 얘기를 많이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다가 이런 동작을 하게 되면 그 말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냥 땅에 두 발을 딛고 서서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접어 내리면서 같은 곳을 자극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도 등에 힘이 들어가는데 줄을 잡고 상체를 허공에 기댄 상태로 팔에 더 부하를 주면서 동작을 진행하면 등에 더 힘이 들어간다. 그 대신 어깨가 딸려 올라가면 안 되고 어깨는 항상 귀와 최대한 멀어지게 아래로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목과 어깨가 연결되는 선에 필요 없는 승모근이 발달하지 않는다. 어깨를 내리라는 말도 운동을 하다 보면 수도 없이 듣게 된다. 등을 바로 펴거나 로우 동작같이 등의 어깨뼈를 모아주는 동작을 하면 자연히 어깨도 내릴 수 있게 된다.
발목의 안정성을 키워주는 원 레그 스쿼트와 런지로 동작을 이어갔다. 원 레그 스쿼트는 양손으로 TRX를 쥐고 한 다리는 지면과 평행하게 뻗어 들고 한 다리로만 한다. 굽히는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가지 않게 하면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한 발에 체중이 많이 실리므로 그 발목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상체를 숙여주면 더욱 정확한 자세를 잡을 수 있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엉덩이와 허벅지에 손가락도 안 들어가게 힘이 들어간다. 이어진 런지는 한 발을 TRX 손잡이에 걸고 그 발을 뒤로 밀어준다는 생각으로 무릎을 굽혀준다. 허공에 다리를 들고 있는 셈이므로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많은 힘이 든다. 최동민 대표는 “엉덩이와 허리가 연결되는 엉덩이 위쪽 부분의 살을 여성들이 주머니살이라고 부르며 아주 싫어한다. 실제로 그 부분의 살을 빼기가 쉽지 않은데 이 동작은 그 부분에 자극을 많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엉덩이가 아프다 못해 저릴 정도였지만 꾹 참고 ‘하나만 더’를 생각하며 버텼다.
하이라이트는 잭나이프. 양발을 손잡이에 다 걸고 엎드려뻗쳐 자세로 바닥에 배를 대고 눕는다. 구호에 따라 팔을 펴면 다리는 공중에 있는 상태의 엎드려뻗쳐 자세가 된다. 여기서 양 무릎을 가슴 쪽으로 접고 엉덩이는 약간 들어서 등의 날개뼈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게 한다. 코어와 등에 가장 힘이 들어간다. 굵은 땀이 후두두 흐르고 ‘으으’ 하는 비명이 나온다.
최 대표는 “호흡을 뱉으며 무릎을 가슴으로 가져오면서 배에 힘을 줘야 한다”며 곁에서 같은 자세를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고 해냈다. 할 수 있는 한 해보자는 생각으로 10개 정도 했더니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배가 너무 조이고 팔도 후들후들 떨려 기다시피 TRX에서 발을 꺼냈다. 한참 동안 바닥에 드러누워 호흡을 골라야 했다. 다음 시간이 걱정되면서 한편으로는 다음 번엔 더 잘하고 싶다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 줄만 고정하면 어디서든 운동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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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X의 길이는 키에 따라 조절하면 되는데 손잡이가 무릎 바로 아래 정도면 적당하다. |
TRX는 ‘Total body Resistance Exercise’의 첫 알파벳을 딴 말로 전신저항운동이라 부른다. 보통은 줄에 손잡이가 매달린 형태의 운동 소도구를 이렇게 부른다. 벽이나 천장에 고정해 두고 발목을 걸거나 손잡이를 잡고 자신의 체중을 저항으로 이용해 운동한다. 그래서 부상이 적고 효과가 큰 편이라 많은 피트니스에서 사용한다. 제대로 고정만 할 수 있다면 어디서든 운동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학교 운동장의 철봉이나 집의 문틈에 끼워 고정할 수도 있다.
똑같은 동작이라도 신체 일부분을 흔들리는 줄에 의지해야 하므로 더 많은 힘이 필요해 운동 효과가 크다. 또 줄에 의지하고 동작을 수행하므로 균형감각까지 키울 수 있다. 근육의 힘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버피 테스트를 한 다리를 걸고 한다든가 하는 변형이 가능해 실내에서 유산소 운동 효과도 크게 낼 수 있다.
운동하기 전 자신의 키에 맞게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TRX가 손잡이가 무릎보다 약간 아래에 오도록 하는 게 적절한 높이다. 위쪽에 버클을 꺾어 올려 길이를 조절한다. 집에서는 반드시 제대로 고정되는지를 확인하고 운동해야 부상 위험이 없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