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소 연구원이라는 한 청년이 요즘 허리가 뻣뻣해진 느낌을 종종 받는다며 진료실을 찾았다.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해 한 번에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오랜 시간 앉았다 일어날 때면 통증이 심하다며 디스크인 것 같다고 했다. 의심되는 질환이 생각나 검사해보니 디스크가 아닌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었다.
강직성 척추염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면역 세포가 관절 조직을 공격해 척추에 염증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척추가 90도로 굳어버리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흔히 척추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나이에 따른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강직성 척추염은 20~30대의 젊은 사람에게 많이 발병하고 있다. 특히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며 질환의 진행속도 또한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주로 골반과 척추의 인대와 관절부위를 침범하여 통증과 강직을 일으킨다. 증상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경미한 하부요통으로 시작한다. 초기에는 신경증상을 동반하지 않으나 질병이 좀 더 진행되면 아침에 통증과 강직을 호소하게 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척추의 상부로 점차 상승하여 가슴 쪽에도 통증을 느끼다 결국 관절이 강직돼 척추체의 관절운동이 불가능해지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대나무 척추'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이다.
강직성 척추염은 조기에 진단하면 척추가 굳는 현상이나 골격의 변화는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허리 통증이나 디스크 등이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 증상을 방치하기 쉽다. 이 청년과 같이 허리가 아파도 단순 근육통이나 디스크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마주하면 전문의로서 무척 안타깝다. 강직성 척추염은 디스크나 근육통 등과 달리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통증을 수반하지 않는다. 해서, 특히 아침에 몸이 뻣뻣해지고, 몸을 움직일수록 증상이 나아진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로 과거에는 주로 통증을 줄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TNF-알파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많이 사용한다. 이는 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의 과잉생산을 막아 환자들의 통증을 빨리 개선하고 관절의 손상도 막아준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게 운동은 통증을 줄이고 관절의 운동을 원활하게 해줘 약물치료의 효과를 더 높여준다. 일반적으로 꾸준한 스트레칭과 허리 등 관절 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자세의 변형을 예방할 수 있는 수영을 권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일단 척추가 한 번 굳으면 되돌리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질환보다도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필자는 잘 치료받은 환자들이 일반인과 똑같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완치의 날이 한 발 가까이 다가온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르곤 한다. 정확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로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환자들이 질환으로 인해 몸이 더 움츠러들지 않고 보다 활발하게 생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민병원 척추센터 이홍석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