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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칼럼] 야만의 시대서 품위있는 사회로 가는 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8-19 19:00:2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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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풍목우(櫛風沐雨).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내리는 비로 목욕을 한다'는 말이다. 옛날 우임금이 홍수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삼태기와 삽을 들었다. 그러다 장딴지에 살이 안 보이고, 정강이 털이 몽땅 빠져버렸다. 일신의 안위를 잊고 천하를 위해 온몸을 바쳐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내리는 비로 목욕을 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 즐풍목우다. 비슷한 말로는 '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한데서 잔다'는 의미의 풍찬노숙(風餐露宿)이 있다. 이 둘은 모두 한데생활을 의미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즐풍목우는 솔선수범에 가까운 생활이고 풍찬노숙은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고생을 참는 생활이다.

2014년 여름을 지나는 우리나라를 보면 야만의 시대가 따로 없다. 아니 야만의 홍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무능한 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세월호 사건부터 악의 평범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윤일병 폭행사망사건까지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밥상머리에서 보는 아침뉴스는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없는 '19금 공포물'이 되어버렸다.

너무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는 건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기도 전에 자살율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타 국가와 비교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불평등도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빈곤층이다.

게다가 부산 울산 경남지역 300만 명 이상 주민들의 목숨과 국가 운명을 담보로 운영하는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오래된 위험까지 생각하면 이미 우리는 야만사회에 살면서 위험에 중독돼 버렸고, 이성과 감각기관이 퇴화하여 사리판단을 하기 어려워진 것이 맞다. 작금의 우리는 정상성을 상실한 야만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다.

야만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와중에 즐풍목우하는 리더십은 찾아볼 수 없다. 연일 내세우는 인물마다 보은인사, 재활용인사, 낙하산인사 등으로 점철돼 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총리 이후 두 명의 총리후보자가 사퇴하고 나서 이전 총리를 아무런 설명없이 그대로 두는 웃지 못할 촌극을 봐야만 했다. 더구나 윤 일병 폭행사망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인 사회를 정리하기 위해 대통령은 '일벌백계'를 엄포하였다. 일벌백계란 무엇인가? 한 사람이나 한 집단에게 강한 벌을 집중함으로써 공동체를 공포에 몰아넣는 방법이다. 공포를 사용하는 사람과 공포에 질려 움직이는 사람 사이에 어떤 혁신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즐풍목우하는 리더십이 없는 대신 풍찬노숙하는 시민들은 즐비하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단식하는 세월호 유가족들, 장애인활동보조 24시간 시범서비스를 요구하며 한 달째 부산시청 앞에서 천막도 없이 노숙하는 장애인들, 부당해고 노동자들 등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혹자는 국가행정의 권위와 법치주의적 근간을 들어 이들을 떼법 주동자쯤으로 여긴다. 가장 강력한 힘은 소음을 없애는 것이니 언로를 차단하고 스피커만 켜놓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무리가 있다. 그렇게 풍찬노숙하는 시민들을 무시하고 배제하여 구석으로 몰아넣거나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정치적 중심에 사회복지가 자리잡고 있다. 모든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민생과 복지를 이야기한다. 선별적 복지니 보편적 복지니 하는 사회복지 전공용어까지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정말로' 어려운 이들을 찾아내 곤경을 모면하게 하여 이 사회에 정착하게 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전부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적응해야 할 사회는 이미 야만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사회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개인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대책이 있을 수 없다. 사회복지는 보살핌의 정치활동이다. 보살핌은 살림을 목적으로 하고 살림은 살핌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과 시대를 분별하여 대응하지 못하면 사회복지는 의미없다. 아비샤이 마갈릿은 자신의 저서 '품위있는 사회'에서 이렇게 말한다. "품위있는 사회는 사회의 제도가 사람들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다"라고.

품위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즐풍목우하며 풍찬노숙하는 목민을 보고 싶은 것이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일테다. 더 나아가 공포나 온정에 휩싸인 꼭두각시 같은 시민이 아닌 부조리와 불편부당, 왜곡과 배제를 위협하는 '위험한' 시민을 인정하고 양성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동서대 윤성호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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