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사람들만큼 남한테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집도 남들보다 넓어야 되고 자동차도 배기량 보다 우선 덩치가 커야 된다. 그러다 보니 짓는 집들은 모두 30평형 이상 되는 중대형 아파트 위주다. 주택업자들은 아예 20평형대의 아담한 집은 건설하려 하지 않는다. 기껏 지어놔 봐야 분양이 힘들고 수지타산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경차에 대한 각종 혜택을 아무리 강조해도 이제 작은 차는 잘 팔리지 않는다. 시쳇말로 '눈만 붙었다'하면 모두 중형차를 모는게 요즘 거리 풍경이다. 젊은 사람들은 직장만 잡았다 하면 그럴싸한 중형차부터 뽑고 본다. 예전보다 살기가 훨씬 나아졌고 자동차 사기도 그만큼 수월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아니 나쁜 습성처럼 몸에 배였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병세의 경중을 떠나 큰 병원부터 찾고 본다. 그래서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은 언제나 환자들로 북새통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큰 병원에 가서 빨리 병을 낫게 하고 싶어서 그럴 것이다. 또 유명 의사가 있어 병을 단박에 치료해줄 것으로 믿어서일 것이다. 더불어 첨단 장비로 각종 검사도 정확하고 빠를 것이란 기대에 발길을 그쪽으로 향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병원은 예약을 않고 가면 서너 시간 기다리는 일이 예사다. 게다가 특정 의사에게 진료를 보려면 20% 정도 특진비를 따로 내야 한다. 이런 것에 비해 막상 진료시간은 몇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다보니 증상에 대해 설명도 조목조목 제대로 못듣는다. 조금 더 설명을 들으려고 애쓰다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기 쉽상이다. 설사 듣더라도 동네의원에서 보다 그리 '급이 있는' 설명도 아니다. 여기에다 검사도 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날에 받아야 한다. 비용도 비싸고 환자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항목도 많다.
환자들은 큰 병원을 찾아 돈과 시간을 들이는 수고로움을 기어코 감내한다. 동네 의원에서 편한게 여유롭게 진료받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감기 위염 간염 결핵 고혈압 당뇨병 같은 내과계 질환이나 맹장염 축농증 치질 등 수술은 굳이 큰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 진료비도 싸고 치료약과 수술기법도 별반 차이도 없다.
이런 무조건적인 '대물' 선호의식은 가뜩이나 어려운 의료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개인의원은 갈수록 환자가 줄어들어 힘든 반면 종합병원들은 가만 있어도 환자로 넘쳐난다. 이른바 환자쏠림 현상이 가중되는 것이다.
이제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할 때도 지혜롭게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은 의사 또는 병원이 얼마나 전문적인지, 최신 장비는 갖췄는지 등을 잘 따져 본 뒤 자신의 병을 생각하고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병원 선택에 있어서 만큼은 굳이 '큰 것'을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실력있는 '강소병원'도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