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주 고객인 미용실에 다양한 여성잡지가 있는 것은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시내 번화가 미용실의 잡지 표지를 가만히 살펴보면 병원이름 위치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구별하기 위해 부착한 스티커처럼 잘 보인다. 이 병원 스티커는 미용실의 지명도에 따라 한 병원만 또는 2~3개의 병원에서 붙어놓은 경우도 더러 있다.
최근 이런 모습은 개원가에서 환자를 끌어들여 보자고 시내 미용실에 잡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이다. 심지어 드나드는 손님이 많은 유명 미용실의 경우 10여종에 달하는 잡지에 한 병원의 스티커가 붙어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개원가에서 이렇게 미용실에 제공하는 여성잡지는 한 두달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병원측에서는 적은 비용을 들여 머리하러 온 여성들에게 병원을 선전한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이용해 미용실에서도 맞대놓고 병원에다 잡지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특히 이런 모습은 성형외과나 안과 피부과 등이 몰려 있는 도심 번화가에서 흔하다. 그만큼 불황의 여파가 크고 갈수록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오죽했으면 제발로 찾아오는 환자들이나 보았을 점잖은 의사 선생님이 미용실에 잡지를 대주면서까지 병원 홍보에 열을 올리겠는가고 이해하려 해본다. 의료계를 둘러싼 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원가의 이같은 움직임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병원을 알려 한사람의 환자라도 병원으로 발길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피부과나 성형 쪽은 치료비가 고가여서 경기 영향에 민감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여성들이 많이 몰리는 미용실이 선전하기 좋은 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 성형외과 원장은 "마치 가게를 하는 사람이 전화번호부 앞쪽에다 광고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안하면 불안하고 해놓으면 그래도 제법 도움이 되겠거니 하는 심정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병원측은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용실에 비치되는 잡지에 병원선전을 하면 그만큼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용실측에서도 공짜로 다양한 잡지를 손님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서로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같은 공짜물품 제공은 미용실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제약업계에서도 특정 병원에 자신들의 약품을 많이 사용해 달라며 대형 LCD나 PDP 텔리비전을 병원 로비에 한 두대씩 달아주는 경우도 예사다. 왜 약국이 아닌 병원에 선물 공세를 펼까 의아해 하지만 결국 의사가 처방전을 써준다는 것을 알면 이해가 쉽다. 그러면서 제약사는 텔리비전에 자신의 약품 광고까지 하는 기민함마저 보인다.
그래서 세상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끼리 어깨를 같이 걸고 얼켜설켜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새삼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