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찜찜하면 빨래 널고
- 숯·솔방울·식물로 천연가습
- 하루 세 번 30분씩 환기해야
- 과난방 자제 적정 온도 필요
우리 피부에 ‘가뭄’이 찾아오는 겨울이다. 거북 등처럼 손등 피부가 갈라지고, 코와 입은 메말라진다. 독감 탓에 병원이 북적이고 감기에 걸려도 2주간은 기본으로 앓는다. 감기는 춥다고 걸리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포함된 정도를 나타내는, 바로 습도다. 차가운 공기는 따뜻한 공기보다 머금은 수분의 양이 적다. 겨울철 공기의 습도는 여름보다 10~20% 낮다. 거기에 난방을 하니 실내 공기는 더 건조해진다. 결국, 몸속 수분마저 달아나니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져 감기 바이러스 등 외부 침투를 방어해주는 끈적한 점액을 분비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니 감기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한다는 의학적 결론에 이른다. 습도를 잡아야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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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의 한 대형마트 가습기 매장에서 직원이 습도계를 들고 고객에게 제품별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습도 유지와 함께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만들어 주는 공기정화 식물(오른쪽)도 인기가 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겨울엔 조금 춥게 지내자
기온이 낮을수록 난방온도를 높이다 보니 실내습도는 더 빨리 낮아진다. 아파트 고층은 저층보다 습도가 더 낮다. 겨울철 집안 온도는 20도가 적당하다는데, 아무리 추워도 22도를 넘기지 말 것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겨울철 적정 기온과 습도를 보면 체온 조절의 부담이 가장 적은 온도, 다시 말하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최적 온도는 18도다. 쾌적함은 15.6~20도에서 느낀다. 물론 기온으로 끝은 아니다. 습도 관리가 필수다. 습도가 30% 미만이거나 80% 이상이면 곤란하다. 40~70%면 대체로 쾌적함을 느낀다. 종합해보면 쾌적함을 안겨주는 온도와 습도는 15도에서는 70%, 18~20도에서는 60%, 21~23도에서는 50%, 24도 이상에서는 40%가 적당한 습도라는 게 기상청의 ‘공식’이다. 밤에는 18~20도로 방 안 온도를 조절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너무 추운 것 아닐까?’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은 옷 한 겹으로 체온을 조절하면 된다. 한겨울이 무색할 정도의 얇은 옷차림을 한 아이가 있다면 집이 더운 것이다. 코 끝이나 등에 살짝 추위가 느껴질 정도가 겨울철 적정 온도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는 조금 춥게 지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메마른 공기, 빨래로 수분을
기온을 맞췄다면 이제는 습도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고령층은 물론 건강한 성인 남녀에게도 습도는 매우 중요하다. ‘습도 유지’라고 하면 문자 그대로 가습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가습기 사용은 왠지 모르게 찝찝하다. 물론 세척 건조 등 철저한 관리가 있다면 가습기는 여전히 습도 유지의 절대 강자다.
가습기를 대체할 공기 중 수분 공급 방법은 바로 빨래 건조다. 저녁 식사 이후 세탁기를 가동한 뒤 취침 시간에 즈음해 빨래를 실내에 말린다. 겨울에 빨래를 베란다에 널어두면 잘 마르지도 않으니 일거양득이다. 한때 빨래의 실내 건조가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외국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이는 습도가 높은 국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겨울 기후를 고려할 때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빨래를 집안에서 말리는 것은 무방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히려 세제와 섬유유연제가 인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낫다.
이런 점에서 소형 건조대를 이용해 수건만 4, 5장 말리는 게 좋다. 수건을 이용한 습도 유지법은 또 있다. 건조한 수건을 뜨거운 물에 한껏 적셔 물기를 짜낸 뒤 건조대에 걸어두고 그 아래 물을 담은 대야를 두는 것이다. 수건이 마를 틈 없이 대야 속 물을 흡수하면서 습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실내 온도가 21도인 방에서 이 방법을 썼더니 습도는 55%였다.
■숯, 솔방울, 귤껍질로 천연 가습
시커먼 숯은 습도 유지에 있어서는 변신의 귀재다. 평소에는 습기를 빨아들이지만, 건조한 곳에 있으면 오히려 수분을 방출하면서 실내 습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향기를 물씬 풍기는 귤이나 사과 껍질도 좋다. 아마 다음 날 아침 귤껍질을 밟으면 아플 정도로 딱딱하게 말라 있을 것이다. 화장실 문도 열어두자. 세면대에 물을 받아두거나 화장실 바닥에 물을 뿌리는 것도 좋다. 공기청정 효과까지 누리는 식물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 주로 수경식물인데, 관음죽 인도고무나무 장미허브 행운목 아레카야자 등이 손꼽힌다. 이 밖에 솔방울도 물을 머금는 성질이 있다. 솔방울을 물에 담가 깨끗이 씻은 후 끓는 물에 15~20분 삶는다. 이를 접시나 쟁반에 담아 방안에 두면 된다. 솔방울의 물이 증발해 쫙 펴지면 다시 물에 담가 사용하면 된다.
■환기 안 된 공기에선 무용지물
환기는 기온과 습도 유지에 있어서는 절대 선결 과제다. 하루에 3회, 30분씩 창문을 열어 공기를 순환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시도 때도 없는 요즘 겨울, 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바깥 미세먼지보다 실내 미세먼지가 더 위험하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도 환기는 해야 한다. 그다음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고, 공기청정기가 없다면 물걸레질을 해 미세먼지를 줄여야 한다. 환기는 오염된 공기가 바닥에 깔린 시간을 피해서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 사이에 하는 것이 좋다. 외출했다가 귀가했을 때 지나치게 따뜻하고, 코와 입이 텁텁해진다면 이는 환기가 안 된 탓이다. 다 아는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고 당장 실천해보자. 우리 가족의 겨울철 건강, 습도가 지켜줄 것이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