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서리 보더라인에 직구 꽂아
- 시즌 2홀드 평균자책점 1.21

투수 이민석 윤성빈 정현수, 포수 박재엽, 내야수 한태양 전민재 이호준 박찬형 외야수 장두성 김동혁.

롯데 홍민기가 지난 18일 LG와의 경기에서 평소 무표정이던 모습과 달리 미소를 짓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야구팬이라면 이들의 이름을 보고 감이 올 것이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면 쉽게 알 것이다. 올 시즌 롯데의 뉴페이스들이다. 이 중 일부는 그동안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다가 기량을 터트렸고, 일부는 깜짝 활약을 펼쳐 롯데판 화수분 야구의 진가를 보여줬다. 여기서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한 선수가 있다. 아마 올 시즌 롯데의 최고 히트작을 꼽으라면 웬만한 팬들은 이 선수를 지목할 것이다. 바로 왼손 투수 홍민기다.

후반기 필승조로 보직을 부여받은 홍민기의 진가는 지난 18, 19일 잠실 LG전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홍민기는 두 경기 모두 7회말에 등판했고, 첫 타자 역시 모두 왼손 박해민이었다. 박해민을 상대로 어떤 투구를 펼쳤는지 살펴보면 왜 홍민기가 최고 히트작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8일 경기에서 홍민기는 첫 타자 박해민과 8구까지 승부를 벌었다.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홍민기는 왼손 타자 바깥쪽 가장 아래쪽에 시속 152㎞짜리 직구를 꽂았다.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 보더라인에 정확하게 던진 것이다. 박해민은 무기력하게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이어 19일 경기에서 홍민기는 박해민을 맞아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전날과 반대로 몸쪽 가장 높은 곳에 150㎞ 직구를 던졌다. 역시 모서리 보더라인에 꽂았다. 박해민은 방망이를 낼 생각조차 못 하고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3구 삼진.

이제 상황을 정리해 보자. 홍민기는 19일 LG전에서 팀이 3-1로 앞선 7회말 무사 1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홍민기는 LG가 자랑하는 왼손 타자 라인, 박해민 신민재 문성주 김현수 문보경을 상대해 1.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홍민기는 팀의 6-1 승리와 함께 후반기 첫 홀드를 챙겼다. 지난 19일까지 시즌 성적은 12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1.21이다. WHIP(이닝 당 출루 허용) 0.81, 피안타율 0.171로 리그 특급 불펜으로 손색없고, 무엇보다 제구력이 안정적인 점이 돋보인다. 시속 150㎞ 중반대 빠른 공을 던지는 홍민기는 22.1이닝을 투구해 볼넷을 고작 5개만 허용했고, 삼진은 30개나 잡았다.

홍민기는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을 주로 던진다. 여기서 슬라이더는 두 종류로 던진다. 스위퍼와 움직임이 비슷한 느린 슬라이더, 커터처럼 움직이는 빠른 슬라이더다. 느린 슬라이더는 워낙 움직임이 심해서 투구 추적 시스템인 PTS는 커브로 인식할 정도다. 빠른 공과 두 종류의 슬라이더, 여기에 제구력을 갖춘 홍민기는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한다. 이 정도면 ‘영점’이 잡힌 메이저리그(MLB) 전설 랜디 존슨을 떠올리게 한다. 투구 스타일과 구종이 흡사하다. 차이라면 랜디 존슨의 키가 208㎝인데 비해 홍민기는 185㎝라는 점이다.

홍민기가 필승조에 가세하면서 롯데는 후반기 선두권 싸움에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초반 롯데의 최대 고민은 불펜이었다. 특히 필승조로 정철원과 마무리 김원중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힘겨웠다. 불펜 과부하가 우려될 즈음 최준용이 부상에서 복귀해 숨통이 트였고, 후반기엔 홍민기의 합류로 리그 최강 필승조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홍민기는 귀하디귀한 왼손 자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를 인정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