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은 내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날씨’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예고한 대회였다.

지난 15일(한국시간) 미국에서 막을 올린 이번 대회는 악천후로 여러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축구는 폭우와 폭설에도 경기가 진행될 만큼 야구처럼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이 아니지만 이번 클럽 월드컵에선 경기 중단이나 지연 사례가 무더기로 나왔다. 낙뢰 때문이다.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인터앤코 스타디움에서 킥오프를 기다리던 울산 HD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은 인근에서 낙뢰가 감지됐다는 이유로 라커룸으로 다시 들어가야 했다. 킥오프는 65분간 미뤄졌다. 미국에선 흔히 ‘8마일(12.9㎞) 낙뢰 규정’이라 불리는 원칙에 따라 야외 스포츠 활동 시 8마일 내 낙뢰가 확인되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파추카(멕시코)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의 경기는 97분,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와 벤피카(포르투갈)의 경기는 2시간 넘게 지연됐다.

문제는 1년 뒤 2026 북중미 월드컵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참가 팀들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경기를 치르는 각국 대표팀은 경기 중단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경기가 중단되면 선수들은 킥오프 시간에 맞춰 끌어올렸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관중과 시청자 입장에서도 경기 중단 소식이 반갑지 않다. 또 경기 종료에 맞춰 배정한 전세기 운항 시간 등 각종 일정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 주최 측도 고역이다.

폭염도 골칫거리다. 열돔 현상 등으로 미국 동부 지역에 30도 중반을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클럽 월드컵 일부 경기의 킥오프 시간이 정오나 오후 3시로 배정됐다. FIFA가 유럽의 ‘황금 시간대’에 킥오프 시간을 맞추려 했기 때문이다.

더위에 대비할 특별한 기술적 대책도 없어 미국, 멕시코보다 여름이 시원한 캐나다로 경기가 배정되는 행운을 기대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