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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는 조금 다른 일본의 고교 야구 이야기, 오키나와 코난 고교[부산야구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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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야구소년’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꿈의 무대 ‘고시엔(甲子園)’. 우승은 둘째 치고, 고시엔 무대의 흙을 밟는 것만으로도 소년들은 큰 성취감에 고무된다. 고시엔은 한 해의 봄과 여름 총 2회에 걸쳐 열린다. 170여 팀이 전국 제패를 목표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통에 내로라하는 야구명문 중에서도 춘하 대회를 모두 거머쥔 ‘통합 우승’의 영광을 누려본 곳은 매우 드물다. 오키나와현에 연고를 둔 ‘코난(흥남) 고등학교’가 야구사에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평범한 전력이었던 코난 고교는 2010년 고시엔 사상 여섯 번째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열도를 뒤흔들었다.

다양한 방식의 언덕 오르기로 훈련 중인 코난 고교 야구부. 김태훈PD
코난 고교는 ‘가키야 마사루’ 감독 부임 이후 단숨에 전국구 고교의 견제를 받는 강호로 도약했다. 2010년 통합 우승 이후에도 2015년, 2017년, 2018년, 2022년 4회에 걸쳐 고시엔에 출전해 오키나와 강호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여름 고시엔은 직전에 열리는 오키나와현 대회에서 우승해야만 출전권을 얻는다. 봄 고시엔은 직전 해 현 추계 대회를 넘어 규슈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야만 출전권이 생길 정도로 문턱이 높다. 코난 고교는 지난해 오키나와현 추계대회를 우승했지만, 규슈 대회 1차전에서 패배하며 2024년 봄 고시엔 출전에 실패했다. 아무리 우승 경력이 많은 학교라도 고시엔 무대는 녹록지 않다.

일본 오키나와 코난 고등학교 야구부의 부 주장 쿠다카 마나토 선수. 김태훈 PD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이 코난 고교를 방문한 날, 아쉽게도 팀 훈련은 운동장 정비 일정으로 인해 진행되지 않았다. 그 대신 강도 높은 체력 훈련과 배팅 케이지에서의 타격 훈련을 지켜볼 수 있었다. 훈련 중간 잠깐의 시간을 내 팀의 부주장 ‘쿠다카 마나토’ 선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팀에서 유격수를 맡고 있는 쿠다카 선수는 프로야구를 꿈꾸고 있느냐는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의 질문에 “프로선수가 되기보다는 사회인이 되어 사회인 야구를 병행하고 싶다”고 답했다. 대개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국내 선수들과 달리, 일본 고교 야구 선수들은 선택지가 넓어 프로 선수에만 꿈이 한정되지는 않았다.

코난 고교가 강팀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무엇이냔 물음에는 “야구 선수로서 단지 야구에만 집중할 뿐만 아니라 생활적인 면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팀 단결력이 높아진 것이 강팀이 된 이유”라고 전했다.

코난 고교 야구부의 히가 료타 매니저. 김태훈PD
일본 고교 야구에는 선수 외에 조금 특별한 포지션이 있다. 바로 ‘매니저’다. 야구에서 감독을 뜻하는 매니저(manager)가 아니라, 팀 내 보조업무를 돕는 학생을 가리킨다. 고교 야구를 다룬 일본 만화에선 주로 야구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이 직책을 맡곤 한다. 하지만 코난 고교는 똑같이 짧은 머리를 한 남학생 ‘히가 료타’ 군이 매니저로 활약한다. 매니저 업무를 소개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히가 군은 “보통의 고교에서는 그라운드 정비, 선수들 서포트 역할 등을 하는 게 주 업무지만, 코난 고교에서는 코치로서의 면모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평소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것 이외에도 선수들의 훈련, 경기 모습을 보고 알아차린 점을 즉각적으로 피드백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훈련이 진행되는 내내 히가 군은 선수들의 곁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한 명 한 명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계단을 오르며 훈련 중인 코난 고교 야구부원들. 박세종PD
계단 오르기, 언덕 오르기 등 보기만 해도 고통이 느껴지는 훈련이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나 선수들의 표정은 훈련 내내 웃음으로 가득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에 감사할 뿐이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큰 가치를 두는 가키야 감독의 지도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 봄 고시엔이 종료됐다. 이제 곧 현 대회가 시작한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단 49개의 학교만이 여름 고시엔 티켓을 손에 넣게 된다. 코난 고교가 속한 오키나와현은 61개의 고교 야구부가 고시엔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가키야 감독을 필두로 모든 선수가 목표로 정한 ‘고시엔 진출’. 그 꿈은 오늘도 선수들의 땀과 함께 영글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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