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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병 투병’ 이봉주 2년 만에 다시 달렸다

쾌유 기원 마라톤 마지막 주자로

  •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  |   입력 : 2021-11-28 19:47:16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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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뛴 뒤 “다시 태어나” 미소
- 팬·스포츠계 인사 등 195명 동참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1)가 천천히 부천종합운동장에 들어섰다. 느린 걸음이었지만, 이봉주를 기다린 ‘페이스 메이커’ 195명의 마음을 적시는 의미 있는 걸음이었다.
이봉주(왼쪽 세 번째)가 28일 경기도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쾌유 기원 마라톤’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팬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봉주는 28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봉주 쾌유 기원 마라톤’에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사전 신청한 195명의 페이스메이커가 10개 조로 나눠 4㎞씩 총 40㎞를 달린 뒤 이봉주가 마지막 2.195㎞를 뛰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그는 행사 전 예고했던 2.195㎞가 아닌 1.2㎞로 거리를 줄였다. 400m 트랙을 세 바퀴 돌았는데, 허리를 숙인 채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 씨의 쌍둥이 아들 이현우·지우 군이 이봉주 양옆에서 달렸고, 전 복싱 세계 챔피언 유명우가 바로 뒤에서 이봉주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이봉주가 다시 달리는 모습에 팬들은 희망을 품었다. 눈물을 흘리며 이봉주와 달린 팬들도 있었다. 1.2㎞를 달린 뒤 가쁜 숨을 몰아쉰 이봉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근육긴장 이상증’이 발병한 지난해 1월 이후 2년 만에 이렇게 긴 거리를 달렸다”며 “오늘은 ‘이봉주가 다시 태어난 날”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오랜만에 긴 거리를 달리니, 허리와 골반 등에 통증을 느꼈다. 그래도 세 바퀴만은 완주하고 싶었다”며 “함께 뛰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봉주는 지난해 1월부터 근육긴장 이상증을 앓았다. 지난해 6월 수술을 받고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아직 허리를 숙인 채 걷는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육상계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이봉주의 쾌유를 기원했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2000년 일본 도쿄 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7분20초의 한국 기록을 작성하며 ‘국민 마라토너’로 불렸다. 그는 현역 생활 중 총 41차례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했다. 은퇴 후 방송에 출연하고, 대한육상연맹 임원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육상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힘써 왔던 이봉주는 이제 ‘병마에 싸우는 사람’과도 손을 잡는다. 그는 “오늘은 예전처럼 뛸 수 없지만, 다음에는 꼭 더 건강한 모습으로 뛰겠다”며 “몸이 불편한 많은 분께 희망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윤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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