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역대급 성적을 작성하는 일본이지만 이들이 너무나 아쉬워하는 종목이 하나 있다. 바로 지난달 31일에 있었던 여자 배구 한일전 경기다. 여자 배구 한일전은 풀세트 접전 끝에 한국이 승리했다. 이날 일본의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여자 배구는 남자 배구보다 더 인기가 많다. 그 역사는 1964년 도쿄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게 여자 배구다. 당시 일본 여자 배구는 강호 미국과 소련 등을 격파하며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이변에 외신은 ‘동양의 마녀’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그 이후 일본에서 여자 배구는 꾸준히 스타 선수들이 나오면서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런 여자 배구가 이번 대회 예선에서, 그것도 숙적 한국에게 져 탈락한 것이다. 일본의 모든 언론은 대회 전부터 여자 배구를 주목했지만, 예선 탈락이 결정되자 단신으로만 짧게 전하는 등 최대한 언급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1964년 도쿄 대회 부흥을 재현하려고 했다. 일본은 당시 역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에 의한 패전을 맞이했던 나라로서 눈부신 경제 성장과 히로시마로 상징되는 평화의 이미지를 세계 무대에 선보였다.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국가의 인프라 구축과 국격, 이미지 상승, 국민의 자긍심 고취 등 엄청난 유무형의 자산을 안겼다. 하지만 일본의 버블 붕괴 후 이어진 경기 침체는 벌써 ‘잃어버린 30년’이다. 일반 직장인의 연봉은 30년째 제자리인데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에 해당)는 10%까지 올라 실질 연봉은 마이너스인 상황이 이어진다. 그 와중에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국민을 더욱 불안에 떨게 했다.
이 불안을 종식하고 예전의 ‘강한 일본’으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아베 신조 전 총리)은 올림픽을 선택했다. 이번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부터의 부흥을 부각하려 했지만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나 여론은 더 악화됐다. 일본 뉴스나 정보 프로그램은 올림픽 초반에는 연일 금메달 소식으로 메인을 장식했지만 지금은 감염병 상황에 더 집중한다. 올림픽 자체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 방역 실패에 대한 여론은 역대 최악으로 마무리될 분위기다.
신동수·리쓰메이칸대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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