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윕 기대했던 팬들 아쉬움 토로

‘도대체 서스펜디드가 뭐야?’

‘듣보(듣도 보도 못한)’ 한국프로야구(KBO) 규정에 팬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지난 27일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12차전은 갑자기 내린 장대비로 서스펜디드(Suspended·유예) 게임이 선언됐다. 우천 등으로 중단된 경기가 재개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중단 전 상황 그대로 다음 번에 경기를 치르는 것을 서스펜디드라 한다. 이번 롯데-두산전이 40년 프로야구 역사상 역대 10호 서스펜디드 게임이고, 가장 최근 서스펜디드 선언이 1999년 6월 21일 인천 LG 트윈스-현대 유니콘스전일 정도로 흔치 않은 광경이다.

7회초 3 대 2로 앞서던 상황에서 비로 경기가 중단되자 강우 콜드승을 내심 기대했던 롯데팬들은 서스펜디드 선언에 한숨을 내쉬었다. 롯데가 6회말까지 0 대 2로 내내 끌려가다 7회초 역전에 성공하며 올 시즌 첫 ‘스윕(싹쓸이) 승’ 기대를 높였기 때문이다. 롯데는 7회초 박정수-이현승-홍건희로 이어지는 두산의 필승조 불펜을 뒤흔들며 3점을 챙겼다. 롯데는 박정수를 상대로 딕슨 마차도의 볼넷과 대타 이대호의 좌전 안타로 1점 차 추격에 성공했고, 손아섭은 이현승을 맞아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 승부를 2 대 2 원점으로 돌렸다. 홍건희를 상대로도 전준우가 우중간 안타를 얻어냈고, 이후 홍건희의 폭투로 계속된 1사 2, 3루 정훈의 타석,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빗줄기가 굵어지며 경기가 중단됐다.

1사에 득점권 주자가 2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최근 타격 감각이 하늘을 찌르는 정훈이 타석에 들어서 점수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우천으로 중단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날 양 팀 모두 공격과 수비가 끝났다면 강우 콜드게임 선언이 가능했지만, 롯데가 7회초 역전하고 경기를 진행하는 도중에 중단되면서 무산됐다. 비가 조금만 더 늦게 와 7회말 두산의 공격이 추가 득점 없이 끝났다면 롯데의 시즌 첫 스윕승도 가능한 순간이었다. 빗줄기가 잦아들어 경기를 재개했다 해도 두산의 투수 난조와 부족으로 롯데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날 중단된 경기가 오는 10월 7일 두산과의 마지막 시리즈 때 더블헤더로 재개된다는 점이다. 보통 서스펜디드 게임은 다음 날 이어지는데, 이 경기가 두 팀의 3연전 마지막 경기고, 다음 날이 이동일이라 다음 맞대결인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이날 서스펜디드 선언 후 야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0월이면 이미 순위 경쟁이 끝난 시점인데, 심판진이 김을 완전히 빼놓았다” “메이저리그는 밤 12시고 새벽 1시고 비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경기를 재개하는데 우리는 이게 뭐냐” “다음 날이 이동일에 걸리더라도 특수상황인 만큼 경기를 재개해야 한다” “그때쯤이면 선수가 트레이드되거나 부상으로 빠져 바뀔 수 있는데, 중단된 상황 그대로 경기가 치러지리라 장담할 수 있느냐”며 지나치게 낡은 규정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