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팬 농락 온라인서 부글부글
- 체육계 “2년 시한에도 일방결정
- 대관료도 적정 수준인데 불만만”
- 시민단체 “동백전 돈 벌고 우롱”
- 반발 확산 불매·퇴출운동 조짐도
한국남자프로농구(KBL) kt 농구단이 연고지를 기습적으로 경기도 수원으로 옮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농구계 등 체육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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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kt 농구단이 홈경기장으로 사용한 부산 사직체육관이 텅 비어 있다. 한쪽엔 ‘부산 kt 소닉붐’이라고 써진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7일 현재 kt 농구단 SNS는 이른바 ‘5G급’의 빠른 속도로 팔로워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인스타그램만 보면 9000명에 달하던 팔로워 숫자가 연고지 이전 확정 발표 하루 만에 1400명가량이 빠졌다. 구단 측이 관중이 가득 찬 부산 사직체육관 사진을 배경으로 올린 ‘여러분의 사랑을 기억하며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겠습니다’는 게시물에는 구단의 연고지 이전 결정을 비난하는 글로 가득했다. 한 팬은 “18년간 응원했던 팬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는 댓글을 남기는가 하면 또 다른 팬은 “팬들을 농락했다”며 원색적인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건 kt의 5G급 탈부산 행보 탓이다. 지난 4일 처음으로 부산시와 공식 협의를 한 지 사흘 만인 7일 연고지 이전 안건을 KBL에 기습 상정, 이틀 후 KBL로부터 승인받았다. 단 5일 만에 ‘협의-이전 추진-이전 확정’이 속도전처럼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지역 농구팬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
부산시의 대응이 미진하다면 지역 체육계에 도움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모두 생략됐다. 이 때문에 지역 체육계도 한목소리로 kt를 비판하고 나섰다. 장인화 부산시체육회장은 “연고지 정착까지 2년이라는 시한이 남아 있었음에도 구단은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연간 7만 명에 달하는 부산 관중의 신뢰를 저버린 kt에 유감을 표한다”며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부산시농구협회 박종윤 부회장은 “지역 농구계가 정착 작업을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계속해서 밝혔지만 불만만 토로할 뿐 상황을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 정착 의지가 전혀 없었다”며 “프로농구단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버려 앞으로 지역의 유망주 발굴 및 육성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반발도 커진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상임대표는 “작년 동백전으로 100억 원이나 번 대기업 kt(지난해 부산 지역화폐 운영사)가 부산시민을 우롱하고 뒤통수를 쳤다. 이전 과정에서 팬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며 “kt가 판매하는 상품 목록을 만들어 시민에게 공개하는 등 kt 불매·퇴출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kt는 경기장 대관료가 비싸다는 불만을 토로해 왔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0-2021시즌 kt 농구단이 지불한 사직체육관 사용료는 1억9000만 원 선이다. 27경기를 이 경기장에서 치러 경기당 700만 원을 지불한 셈이다. 서울보다 저렴하고, 나머지 지역 구단보다는 약간 비싼 편이지만 인구가 많은 광역시에서 구단을 운영하려면 이 정도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부산에 남자프로농구단을 새로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시의회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남자농구 인기가 떨어져 새 구단을 만들 기업은 없을 것으로 본다. 기존 구단이 딴 곳에 매각되면 연고지 이전을 추진할 수 있지만 현재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다만 스포츠산업 투자·정책을 재검토해 프로농구에 대해서도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