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계 2월부터 논의 요청했지만
- kt 묵살 뒤 “市와 못 만나” 변명
- KBL, 구단 말만 듣고 이전 승인
- 지역 팬 “남아달라” 청원 허사로
- 박형준 “비양심 기업 기억” 비판
- 시간끌다 프로팀 놓친 市 질타도
한국남자프로농구(KBL) 연맹이 kt 농구단의 수원 연고지 이전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역 농구계는 kt가 부산에 완전히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kt는 이마저도 외면한 것으로 알려져 부산팬들이 분통을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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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한 시민이 ‘부산 kt 소닉붐’의 홈구장이었던 사직체육관 앞을 지나고 있다. 이곳에는 허훈 김영환 등 kt 소속 스타플레이어들의 이미지 사진이 붙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수원행 kt, 지역 농구계 노력 외면
KBL 연맹은 9일 제26기 제5차 이사회에서 kt 농구단 연고지 이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3년부터 18년간 부산과 함께한 ‘부산 kt 소닉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역 농구팬들은 스타플레이어 허훈과 부산 프랜차이즈 스타 양홍석이 사직체육관에서 뛰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kt 구단 측은 ‘수원행’을 알리며, 그동안 지난해 9월부터 여러 차례 담당 국장과 면담을 요청하는 등 정착 노력을 해왔다고 해명했다. kt는 지난 8일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노력했지만 실무자와 만나지 못해 연고지 정착 작업을 진행하지 못함에 따라 부산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지역 농구계는 “궁색한 변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부산시농구협회 박종윤 부회장은 “다른 구단과 비교해 kt는 연고지 정착 작업이 매우 지지부진했다. 지난 2월부터 kt 농구단 단장에게 부산시체육회·시의원·부산시·kt농구단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할테니 시간을 내달라고 청했지만 계속해서 묵살당했다”고 떠올렸다. 이에 대해 kt 구단 측은 “시와 만남이 정해지지 않아 협회 요청에 응하지 못했고, 협회 또한 부산시와 일정을 잡지 못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t 구단이 이미 내부적으로 이전을 결정한 정황은 또 있다. 9일 부산시 이병진 행정부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건 상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kt가 수원시와 어느 정도 합의된 사안이라 되돌리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전셋집을 뺄 때도 집 주인과 충분히 협의하는데, kt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고지 이전 과정에서 구단이 보인 행태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밝혔다. 이 부시장은 지난 8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kt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전 보류 등 협의를 요청했지만, kt 회장은 ‘혜량을 바란다’는 문자메시지 한 통만 시장에게 달랑 보냈다. 이 부시장은 “기업 대표가 면담은커녕 전화도 아닌 문자메시지로 부산시장에 일방 통보할 수 있느냐”며 “문화·체육 분야 균형발전 면에서도 수도권 집중화를 부추긴 이번 이전은 부산시와 시민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KBL은 지자체·농구팬 요청 묵살
한없이 가벼운 연맹의 연고지 이전 결정에 ‘KBL 연고제’가 뿌리부터 흔들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창단 후 연고이동 한 번 없이 잘 정착한 팀은 10개 팀 중 원주 DB, 창원 LG 2곳에 불과하다. 부산시는 전날 KBL 이사회에 ‘kt 구단이 제출한 연고지 수원 이전 안건은 부산시와 충분한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제출한 안건’이라며 상정을 보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허사였다. KBL 이사회 이사진 13명 중 10명이 각 구단 단장인 탓에 연고지 이전은 구단이 원하는 대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게 맹점으로 지적된다.
팬들도 kt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외면받았다. 지역 농구팬들은 본지 보도(국제신문 지난달 27일 15면 등 보도)가 나간 이후에야 연고지 이전 움직임을 알게 됐고, 시민청원 등을 통해 ‘남아달라’고 부탁했지만, kt와 KBL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양새다. 이 때문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kt 불매운동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9일 박형준 부산시장은 kt 구단은 물론 KBL 연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구단과 이사회의 일방적인 의결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기업의 오만과 KBL의 독단적 행정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표현했다. 이어 “kt는 기업의 경제논리만 앞세운 연고지 이전 결정을 해 지역사회를 완전히 무시했다. 앞으로 kt는 지역사회와 약속을 저버린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 기업으로 부산시민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며 비난했다.
어영부영하다가 3대 프로스포츠 구단을 놓친 부산시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BL이 2023년까지 연고지 정착을 완료하라는 지침을 내리자 경남 창원시는 지난해 9월 LG 농구단 정착 작업을 마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반면 부산시는 지난 4일에야 공식 협의를 시작하는 데 불과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로 결정권자가 없었다’는 게 시의 해명이지만, 사태 파악도 제대로 못한 복지부동 체육행정으로 kt가 연고지 이전 작업을 시작할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