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점권 타율 0.340 찬스에 강해
- 슬럼프 극복하며 작년부터 부활
- “시즌 완주 3할·20홈런이 목표”
“전 하루하루가 절박합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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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정훈이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1회말 배트를 거의 던지며 안타를 쳐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 ‘악바리’ 정훈이 4번 타자 자리에 올라 커리어 첫 만루포를 쏘는 등 부상으로 이탈한 이대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정훈은 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전에서 5타수 4안타(1홈런) 5타점으로 대폭발하며 팀의 18 대 9 대승을 이끌었다. 한 경기 5타점은 정훈 커리어 최다 기록이다. 그는 직전 경기인 지난 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서도 연장 10회에 결승타를 쳐 팀의 기적적인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8일 경기에서 정훈은 1회와 5회에 두 차례나 배트를 던지다시피 해서 연달아 안타를 만들어 냈다. 그는 “의식한 건 아닌데, 올해 유독 좀 나왔다. 공을 정말 맞히고 싶었다고 생각해달라. 따로 연습한 건 아니다”면서도 “방망이를 그렇게 던지려면 결국 손이 뒤에 남아 있어야 한다. 미리 자세가 열리면 그렇게 못한다. 확실히 컨디션이 좋으니까 나오는 안타인 것 같다”고 말했다. 7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그랜드슬램을 터트린 뒤 그는 ‘빠던(배트 던지기)’을 선보였다. 정훈은 “외야 플라이를 치자, 공을 띄우자 하고 쳤더니 홈런이 됐다. 난 찬스를 즐기지 않는다. 그건 이대호 선배같이 재능이 출중한 선수 이야기”라고 했다.
이렇듯 화려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는 정훈의 야구인생은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훈은 2006년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그해 말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야구를 포기한 뒤 일반 보병으로 군대를 다녀왔다. 꿈을 포기할 수 없어 2010년 신고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4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퓨처스(2군)리그 경기를 보다가 호쾌하게 배트를 돌리는 정훈에게 반해 곧바로 1군에 콜업했다. 2013년부터 거인의 주전 2루수로 중용돼 ‘영원한 2루수’ 조성환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수비 불안 탓에 2017년부터 외국인 2루수 앤디 번즈가 들어서면서 주전 자리를 잃었다. 출전 기회가 줄자 타격에도 슬럼프가 왔다. 2억1000만 원까지 올랐던 연봉은 6400만 원으로 내려앉았다.
정훈은 주전 자리를 꿰차고자 2017년부터는 외야수, 2018년에는 1루수도 맡으며 수비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이대호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루수 출전 비중을 점차 높였고, 민병헌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중견수 글러브도 자주 꼈다. 내·외야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면서 출전 기회를 늘려 주전 자리를 다시 차지했고 연봉도 억대로 다시 올랐다.
정훈은 지난해부터 부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득점권 타율 0.357로 팀 내 1위, 리그 전체로 봐도 규정 타석을 소화한 타자 중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중심타선인 이대호와 안치홍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하자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도 0.340으로 평균타율보다 4푼이나 높아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감독이 바뀌고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가라앉았던 롯데 팀 분위기는 정훈의 맹활약으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린다. 2군에서 올라온 추재현 김민수 강로한 배성근 나균안 지시완 등 신진이 이른바 ‘텐션’을 폭발하고, 정훈과 같은 베테랑이 이를 받쳐주면서 팀은 점차 신구 조화를 이루며 ‘위닝 컬처(이기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정훈은 “조금 더 뭉치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잘하고, 우리 고참선수가 뒷받침해주는 경기가 나왔다. 더 이겨보자고 ‘으쌰으쌰’하고 있다”며 “안 다치고 시즌 끝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다. 3할도 치고 싶고, 홈런도 20개 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