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군 선수들 유기적 기용 실패
- 육성 중점 둔 프런트와 불협화음
- 최하위에도 경기운영 개선 안돼
- 구단 측 “방향성 차이 지속” 밝혀
허문회 감독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동상이몽’이었던 초보 단장·감독의 동행은 시즌 초반에 파국을 맞았다. 허 감독이 리빌딩 팀을 맡으면서도 2군 선수들과 선을 긋고, 잇따른 ‘야수 등판’으로 홈 팬들의 등을 돌리게 한 탓으로 분석된다.
■주전 중용 외고집… 경기운영도 문제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는 11일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하면서 “이번 결정은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보통 ‘일신상의 사유’나 ‘건강’을 이유로 들지만, 이처럼 구체적으로 경질 이유를 알리는 경우는 드물다. 프런트와 허 감독은 지난 시즌 내내 불협화음을 내면서 입길에 올랐다. 허 감독은 작년 시즌 막바지에 “내년에는 같은 실수가 없게 코치 구단과도 소통하겠다”며 프런트와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시즌이 시작하자 선수기용에서부터 미묘하게 엇갈리는 행보를 보였다. 시즌 초반 김준태·강태율·지시완으로 포수를 3명이나 등록하고도 지시완은 정작 승부처에서 쓰지 않으면서 엔트리를 낭비했다. 부진한 베테랑은 ‘믿는다’며 신뢰를 보여준 반면 정작 키워야 할 유망주들은 외면하는 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성적도 아쉬웠다. 롯데는 허 감독 부임 첫해인 지난해 71승 1무 72패로 7위에 머무른 데 이어 지난 9일까지 30경기에서 12승 18패로 전체 10개 팀 중 최하위로 처졌다. 지난해 1점 차 승부에서 13승 21패에 그치며 리그에서 가장 낮은 승률 0.382를 기록했고 끝내기 패만 14번을 당했다. 올해에도 롯데는 1점 차 승부에서 2승 5패, 승률은 0.286으로 리그 9위다. 접전 상황에서 경기 운영이 개선되는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2군을 다른 팀 취급…사기 떨어져”
2019년 9월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롯데는 리빌딩을 위해 2군 육성 시스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는 2군에서 성장하고, 1군에서 꽃을 피운다. 1군 감독과 단장이 협업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허 감독은 1군 엔트리를 놓고 성 단장과 대립했고, 불편한 감정을 외부에 노출해 불화설을 부추겼다. 허 감독이 지난달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전에 앞서 ‘2군에서 올라올 만한 선수 보고가 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2군에서) 선수를 찾기 어렵다”고 답한 것이 결정적인 경질 사유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허구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렇게 표현하면 2군 선수들 사기가 떨어진다. 같은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감독이 육성에 공을 들이는 단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에 1군 선수단을 통솔하려면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계속 기회를 주고 2군 선수는 다소 박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구단 수뇌부가 좀 더 전문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 야구는 단장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성 단장을 영입할 때 단장이 원하는 사람을 감독으로 데려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문제가 계속 곪아 왔다”며 “야구를 잘 아는 대표이사라면 이 같은 방법으로 선임하지는 않는다. 구단 대표이사를 1, 2년 만에 바꾸는 게 아니라 전문가를 영입해 넉넉한 임기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단은 허 감독 교체를 알리면서 “앞으로 근성 있는 플레이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허 감독이 투수가 없다며 7회에 야수를 마운드에 올리고 쉽게 ‘수건 던지기’를 한 점도 경질의 사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