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찜통·겨울 추위 딛고 훈련
- 부상 내색 않고 뛰어 결실 얻어
- 국대·해외 진출로 부산팬과 이별
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은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도 2전 전승으로 ‘통합우승’했다. 2018-2019시즌에 이은 두 번째 통합우승이다. 공격의 중심에는 핸드볼 ‘여제’로 불리는 라이트백 류은희(31)와 센터백 이미경(30)이 있었다. 이 둘은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에서도 원투펀치 역할을 맡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모두 이달 중순부터 대표팀으로 차출되는 데 이어 다음 시즌부터 각각 유럽리그와 일본리그 팀으로 떠나게 돼 부산에서는 당분간 이들의 플레이를 보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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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설공단 본사에서 만난 여자핸드볼 이미경(왼쪽)과 류은희 선수가 통합우승 소감을 전하면서 국가대표로서 도쿄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2일 부산진구 부산시설공단 본사에서 만난 선수들은 챔피언결정전 이야기보따리부터 풀어냈다. 이미경은 1, 2차전에서 모두 7골씩 넣으며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그는 “축하받기에 민망하다”며 “7m 던지기로 넣은 골도 있고, 동료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고비 때 이미경이 한 박자 빠른 슛을 골대 구석에 찔러 넣는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시설공단이 승리하기 힘든 경기였다.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쉬었던 류은희는 최고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수비가 집중된 상황에서 5골씩 득점한 것은 물론 동료들에게 공격 활로를 뚫어줘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재확인시켜줬다. 그는 “미경이가 패스를 잘해줘서 슛을 넣을 수 있었다. 슛이 정말 빠르고 내가 가지지 못한 무척 좋은 스피드를 가져 서로 합이 잘 맞았다”고 했다.
시설공단은 삼척시청을 2전 전승으로 꺾었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60분 내내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을 펼쳤다. 강재원 감독은 1차전을 마치고 경기에서 이겼음에도 선수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류은희는 “감독님이 단순히 점수를 내는 것보다는 어떻게 골이 들어가는지 그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눈높이가 무척 높지만, 따라가고 배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미경은 “어려운 경기를 치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척시청이 우승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했다고 들었고 경기력도 상당했다”고 떠올렸다.
부상 속 류은희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그에게 이번 시즌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유럽리그가 코로나19로 중단돼 한국으로 왔는데, 두 경기 만에 부상을 당해 한동안 재활에 매진해야 했다. 류은희는 “스스로 많이 흔들렸지만, 동료들이 흔들릴까 걱정돼 내색하지 않고 최대한 빨리 경기를 뛸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류은희와 이미경은 각각 2018-2019시즌,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다. 부산에서 선수로 뛰며 영광의 순간을 만끽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훈련 때 경기장에 냉난방을 할 수 없어 여름에는 찜통, 겨울에 혹한 속에서 연습해야 했다. 부상이 걱정스러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몸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류은희는 “유럽팀과 비교하면 너무 열악하다. 좋은 컨디션으로 훈련할 수가 없어 항상 아쉬웠고, 후배들도 걱정스럽게 지켜봤다”며 “앞으로는 꼭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시즌이 끝났지만 별다른 휴식기도 보내지 못한다. 오는 19일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합숙을 하느라 가족을 자주 만나지 못했다. 충분히 휴식기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렇지만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류은희는 인천여고와 중앙대 출신으로, 실업 인천시청과 부산시설공단을 거쳐 2019년 프랑스 파리92 팀에 입단해 2011년 오성옥 이후 명맥이 끊겼던 한국 여자핸드볼의 ‘유럽파’ 선수가 됐다. 서울시청과 컬러풀대구를 거쳐 2016년 일본리그로 향한 이미경은 2019년 ‘은퇴는 고국에서 하고 싶다’며 시설공단에 합류했다. 그렇지만 올 시즌 물오른 기량을 뽐내 러브콜을 받은 상태여서 올림픽을 마치고 일본리그 팀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