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 손발 안 맞고 조직력 엉망
- “월드컵 대비 ‘예방주사’삼아야”

프로축구 K리그의 대표 선수들로 구성된 올스타팀이 베트남의 23세 이하 대표팀에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패하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경기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신욱, 이근호 등 올스타팀에 선발된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노이 수모’가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예방주사’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베트남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과 K리그 올스타팀의 경기에서 후반 베트남 응유엔 반 퇀이 골을 넣자 김신욱(99번)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K리그 올스타팀은 지난 29일 베트남 하노이 미딩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23세 이하 동남아시아(SEA)게임 대표팀과 경기에서 객관적인 전력상 여러 수 아래로 여겨온 상대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벤트성으로 치른 친선경기였지만 A매치처럼 치러진 경기에서 공수 모두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0-1로 무기력하게 패해 우려를 자아냈다. 비록 성인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는 아니었으나 K리그 정예멤버로 구성된 올스타팀과 베트남 U-23 대표팀 경기 결과는 A매치 패배만큼의 충격을 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의 한국 프로 리그의 최고 선수들은 133위인 베트남의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전·후반 내내 밀렸다. 전반 유효슈팅 2-10이 보여주듯 베트남이 올스타팀을 압도했다. 올스타 선수 가운데 누가 월드컵 예선 이란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 대표로 발탁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약팀과 졸전으로 떨어진 사기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빠듯한 K리그 일정 탓에 올스타 선수들의 누적된 피로는 상당했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도 예년 올스타전을 생각하고 안일하게 경기에서 나선 측면이 있다. 선수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상황을 보니 아니더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올스타전을 타산지석 삼아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에 대비한다면 러시아행에는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경기에서 올스타팀이 보여준 조직력 부족은 월드컵 대표팀 구성 때도 매번 되풀이된 문제다. 프로축구연맹이 지난 28일 선수들의 조기 소집에 협조하기로 해 다음 달 21일부터 소집훈련에 들어갈 수 있지만 그래도 이란전까지 남은 기간은 10일에 불과하다. 또 해외파 선수들의 합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올스타전의 패배를 거울삼아 짧은 기간에 대표팀의 조직력을 극대화할 방안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주지 못한 투지를 다지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