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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더그아웃 앞에 도열한 삼성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하는 두산 선수들을 축하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
승자의 세리머니를 지켜보는 패자는 정말 고통스럽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선수들은 기꺼이 그 '고통'을 감수했다. 류 감독과 삼성 선수들이 두산 베어스의 시상식이 열리는 동안 3루 쪽에 늘어서 박수를 치는 모습은 슬프지만 아름다웠다.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패자가 됐다. 인터뷰실에 들어선 류 감독은 "우리가 완패했다"고 패배를 깨끗하게 시인했다. 그리고 "저, 두산 축하하러 가야 합니다"라고 급하게 인터뷰실을 나섰다. 패장 인터뷰는 이날 삼성이 소화해야 할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
모두가 류 감독과 삼성 선수들이 조용히 야구장을 빠져나갈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고, 더그아웃 안에서 두산의 세리머니를 지켜보던 삼성 선수들이 앞으로 걸어나가 도열했다. 곧이어 한국시리즈 공식 시상식이 열렸다. 두산 선수단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20여 분 동안 류 감독과 삼성 선수들은 자리를 지켰다.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려는 배려였다.
2011년 삼성은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삼성의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축하했다. 류 감독은 "정말 멋졌다.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고 했다. 통합 5연패 달성을 눈앞에서 놓친 날에도 류 감독은 2011년 가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선수단에 "축하해주고 가자"고 했다.
류 감독과 선수들에겐 무척 괴로운 20분이었을 터다. 4년 동안 세리머니의 주인공이었던 선수들이라 고통이 더 클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도 류 감독의 뜻에 따라 두산의 우승을 박수로 축하했다. 류 감독의 생각처럼 '멋진 장면'이었다. 류 감독은 공식 시상식이 끝나고서 김태형 감독에게 축하 악수를 청한 뒤에야 잠실야구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