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화전 1회 만루상황. 타석에 선 김대우는 상대 선발 탈보트의 바깥쪽 공을 밀어쳐 좌월 만루홈런을 만들어냈다. 전날 실책을 남발하며 자멸했던 롯데가 소중한 1승의 승기를 잡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홈런을 치고 1루를 돌던 김대우는 크게 포효했다. 그 포효는 기쁨의 표현이라기보다 울분을 토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이 타석 전까지 최근 경기에서 안타는 고사하고 배트에 공을 맞추지도 못하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범경기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이며 1군 엔트리에 합류했던 김대우는 시즌 개막 후에도 중요한 순간 적시타를 때려내며 그 페이스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두산전에서 3타수 1안타를 친 이후 12일 경기 전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달에만 무려 11개의 삼진을 당하며 자신감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또 다음 주에는 외야수 아두치가 다시 합류하기에 김대우로서는 더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절실한 국면에서 나온 홈런이기에 더 기쁘고 포효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김대우는 "그동안 맞았다 싶은 공도 모두 헛스윙이 되고,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면서 정말 힘들었다. 그 불안한 마음을 훈련으로 대신했다. 일찍 나와서 훈련하고 (경기) 끝나고 하고, 자기 전에 다시 스윙하고 그러면서 불안감을 떨쳐버리려고 했다"라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지 몇 년 되지 않는 김대우는 지난해까지 좋은 신체와 재능을 인정받으면서도 악착같지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김민하 하준호와 함께 좌익수 경쟁을 벌이는 올 시즌은 그의 타고난 재능에다 훈련을 더해 가능성을 열어보겠다는 적극성을 나타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우리 팀이 강해지려면 김대우 같은 선수들이 꼭 성장해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그만큼 김대우의 가능성이 크다는 뜻일 것이다. 김대우는 지난 일요일 경기에서 홈런 포함 3안타를 쳤지만 다음 경기에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될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실패에 대해 한탄하기보다 한 번 더 스윙하면서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김대우의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기에 앞으로의 그를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경기 후 이야기를 나누던 김대우는 "이 느낌을 잃어버릴까 봐 불안해 (배트를) 돌리러 가봐야겠다"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부산MBC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