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의 '물병 투척'은 분명 잘못됐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의 역할과 심판의 애매한 판정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잠실 LG전. 롯데가 2-3으로 뒤진 9회 2사 1, 2루에서 정훈이 타석에 들어섰다. 심판은 3볼-1스트라이크에서 LG 마무리 봉중근이 던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했다. 포수 마스크 높이로 들어온 약간 높은 몸쪽 공이었다. 그 코스의 공은 정훈 타석 전까지는 볼로 선언됐다. 위축된 정훈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판정에 불만을 품은 강민호는 그라운드로 물병을 던졌고, 다음 날 공개 사과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1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민호를 징계했다.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 강민호의 행동 또한 스포츠정신에 위배된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남는다. 우선 김시진 감독의 역할이다.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반면 김 감독은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다. 당시 심판과 언쟁이라도 했다면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치지 않았을까. 감독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거칠게 항의하는 장면은 그라운드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과거 해태 시절 몸싸움도 불사했다. 강민호의 물병 투척을 계기로 뭉친 선수들은 지난달 31일 LG를 물리쳤다. 강민호가 아니라 김시진 감독이 심판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여론이 강민호의 '불량 매너'만 질타하는 것도 아쉽다. 그런 사건이 벌어진 데는 분명 원인이 있다. 당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은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 선수들뿐 아니라 명승부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던 '부산갈매기'들도 억울하다. 그럼에도 '강민호가 물병을 던진 이유'는 묻혀버렸다. 항변할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선수들이 명승부의 주연이라면, 훌륭한 판정은 조연이다. 조연이 주연의 연기를 망쳐서는 안 된다.

최효석 부산MBC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