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추락에 '날개'가 없다. 8월 성적은 2승9패로 9개 구단 중 최하위. 4위에서 8위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불펜에서 시작된 전력 누수는 공격·수비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내일이 없는' 총력전을 펴고도 연패 사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김시진 감독의 불펜 운용은 특히 의문 부호를 남긴다. 지난 10일 퓨처스리그에서 72개를 던진 배장호는 1군에 콜업된 12일 넥센전에서 43개를 또 던졌다. 이틀을 쉰 15일과 16일에도 각각 25개와 35개를 뿌렸다. 일주일 동안 4경기에 등판해 무려 175개의 투구 수를 기록한 것이다. 어깨를 혹사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퓨처스리그에 내려간 강승현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강승현은 지난달 20일 NC와의 퓨처스리그에 선발 등판해 113개를 던졌다. 1군에 콜업된 그는 3일을 쉰 24일 삼성전에서 67개의 투구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선발 등판한 투수가 최소 4일 휴식을 갖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기용이라고 볼 수 있다.

계속된 연투와 짧은 휴식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양해야 한다. 부상 위험이 커지고 컨디션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좌완 스페셜리스트 강영식은 서스펜디드게임으로 하루 두 경기가 열린 지난 6일 두 번 모두 등판했다. 하루에 각각 16개와 15개를 던진 그는 하루를 쉰 8일(19개)과 9일(12개)도 연투했다. 13일 넥센전에서 어깨통증을 느낀 그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부상 또는 구위가 떨어져 2군으로 간 선수는 강영식 말고도 많다.

또 다른 좌완인 이명우는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진에 빠졌다. 너무 잦은 등판에 구위가 떨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꾸준히 이명우를 마운드에 올린다. 올해도 SK 진해수와 함께 57경기에 나서 최다등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최다등판기록을 세울 기세다.

피곤한 투수는 대량 실점할 가능성이 크다. 정상급으로 평가받던 거인 불펜이 난타당하는 장면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승리조와 추격조의 구분도 뚜렷하지 않다. 불펜이 자주 무너지는 이유가 선수만의 잘못인지 되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투구 수와 등판 간격 조절은 미래를 위한 저축이기도 하다. 내년에도 프로야구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최효석 부산MBC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