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 만의 한국시리즈행 좌절 불구
- 단점 상당부분 메워 내년 시즌 기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2년 연속 SK의 벽에 막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우승의 꿈에 부풀었던 선수들과 팬들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로부터 4강조차 어려운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가 1999년 이후 13년 만에 포스트 시즌 1차 관문을 통과하는 등 올 시즌 보여준 전력은 내년을 기약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올 시즌 롯데가 어떤 점이 달라졌고,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 정리해 봤다.

■'뒷문 불안'에서 '막강 불펜'으로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총 6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정대현과 이승호 등 두 명의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했다. 지난 4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번번이 첫 관문에서 탈락한 요인을 뒷문 불안에서 찾은 것이다. 정대현은 스프링캠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대에 올라 전반기를 통째로 쉬었고, 이승호 역시 좀처럼 구위가 회복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러나 롯데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성배라는 '복덩이'를 건졌고, 만년 기대주였던 최대성이 불펜에 가세하면서 오히려 뒷문이 훨씬 탄탄해졌다. 여기에다 구단 역사상 최다 세이브(34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운 김사율과 좌완 강영식, 이명우 등이 제 역할을 다하면서 롯데는 창단 이래 최고의 불펜진을 구성했다.

정대현이 부상에서 복귀한 후반기 롯데의 불펜은 리그 최강이라는 삼성과 SK를 오히려 능가할 정도로 막강했다. 양승호 감독은 타선에서 선취점을 뽑을 경우 5~6명의 불펜 투수를 가동시키며 '양떼 야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양 감독의 '양떼 야구'는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빛을 발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원동력이 됐다. 롯데 불펜진 대부분은 내년에도 고스란히 제 자리를 지킬 전망이어서 당분간 롯데는 뒷문이 불안한 팀이라는 꼬리표를 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젠 수비도 불안하지 않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팀 실책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화끈한 공격력을 갖췄지만 엉성한 수비로 인한 실책으로 다 이긴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때문에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 훈련에 일가견이 있는 권두조 코치를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권 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로부터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혹독하게 수비 훈련을 시켰다. 그 결과 롯데는 올 시즌 83개의 실책을 기록, LG(96개)와 KIA(88개)를 제치고 최다 실책 팀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가끔 내야수들이 어이없는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한층 탄탄한 수비력을 보였다.

■해결사 부재, 세밀한 야구 필요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 타선의 절반'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를 떠나보냈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롯데를 4강 후보로 꼽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대호의 부재였다. 그러나 박종윤은 시즌 초반 이대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주전 포수 강민호 역시 장타력을 뽐내며 이대호의 공백을 메우려 애썼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는 역시 이대호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일천한 박종윤은 극도의 타격 부진을 보였고, 강민호 역시 준플레이오프 때 입은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려 줄 해결사가 없었던 롯데는 결국 SK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작전 수행능력 역시 좀 더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양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세밀한 야구를 펼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롯데는 시즌 내내 선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세밀한 야구가 몸에 배기에는 아직 부족한 모습이었다. 양 감독도 플레이오프 패배 후 "이전보다 세밀한 야구에서 훨씬 나아졌지만 SK 선수들처럼 몸에 밴 야구와는 다르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다듬어야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비록 손안에 들어왔던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놓치고 말았지만 팀의 장점과 약점을 확인한 값진 시즌이었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한다면 내년에는 우승의 한을 풀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 불펜투수 기록 ▶ 홀드   최대성  17개(6위) 김성배  14개(8위) 강영식  10개(12위) 이명우  10개(12위)

▶ 경기 출장     이명우  74경기 (1위) 52⅔이닝 최대성  71경기 (3위) 67⅔이닝 김성배  69경기 (4위) 53⅓이닝 ※ 괄호 안은 전체 투수 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