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 군단의 심장' SK 김광현(24)이 올해 가을의 첫 등판에서 역투를 펼쳐 '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김광현은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0개나 잡아내며 5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고 승리를 안았다.

2008년부터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김광현은 의심할 여지 없는 SK의 에이스다.

특히 '가을에 강한' SK의 팀 컬러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김광현이 포스트시즌에서 제 역할을 해준 해에 SK는 꼬박꼬박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부상으로 힘을 보태지 못한 2009년과 2011년에는 준우승에 그쳤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싱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호투해 대역전극의 발판을 놓은주인공도,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하고 감격에 찬 표정으로 포수를 향해정중히 인사를 올리던 이도 김광현이었다.

모두 SK 팬들에게는 깊은 인상으로 남은 장면이다.

김광현은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10차례 등판해 2승3패 1세이브와 평균자책점 3.49를 남겼다.

그러나 SK 이만수 감독이 올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광현을 선발로 낙점한 것에 대해서는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해부터 2년째 잦은 부상에 발목이 잡혀 전성기의 컨디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김광현은 16차례 등판해 8승5패와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SK는 김광현"이라며 그 상징성을 주장하며 성준 투수코치의 만류에도 김광현 카드를 밀어붙였다.

올해 부진했음에도 롯데전에는 1승과 평균자책점 2.53으로 강했던 점이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타자들이 왼손 투수를 많이 상대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 근거가 됐다.

이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1회초 조성환을 삼진으로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김광현은 거침없는 '삼진 쇼'를벌였다.

1회 홍성흔부터 2회 황재균까지 4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준플레이오프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린 롯데 타자들을 압도했다.

최고시속 151㎞의 직구로 롯데 타선을 힘으로 압도하는가 하면 시속 128㎞~141㎞로 형성된 예리한 슬라이더로 속여 넘기는 등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오랜만에 제 공을 찾았다는 듯 마운드에서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SK 응원단에서도 희망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공이 다소 높게 제구된 탓에 큰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5회 2사에서 문규현을 상대하다가 축이 되는 왼쪽 다리 종아리 근육 경련을 호소해 잠시 마사지를 받은 김광현은 1-0으로 앞선 6회에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대타 정훈에게 볼넷을 내준 김광현은 곧바로 손아섭에게 왼쪽 펜스를 맞히는 커다란 2루타를 얻어맞았다.

좌익수 박재상의 매끄럽지 못한 수비까지 겹쳐 김광현은 동점을 내줬다.

이어 1사 1, 3루로 자칫하면 역전당할 상황에 부닥쳤지만 유격수 박진만이 롯데대타 박준서의 타구를 몸을 날려 직선타로 잡아낸 덕에 최악의 위기를 넘겼다.

이어진 6회말 공격에서 박정권의 적시타로 결승점이 나온 덕에 김광현은 소중한승리를 따냈다.

김광현이 살아나면서 SK는 올해 포스트시즌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한결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도 윤희상, 송은범, 마리오 등으로 꾸린 선발진에 '화룡점정'을 했다는의미가 크다.

에이스의 부활로 선수단 전체의 사기와 응집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광현이가 올라오면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만큼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던 이만수 감독의 노림수가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비룡 군단의 심장이 다시 펄떡이면서 그 날갯짓도 더욱 거침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