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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홍콩에서 열린 세계클럽 드래곤보트대회 200m종목에 출전한 해운대여중 드래곤보트팀(위쪽)이 힘차게 노를 젓고 있다. 해운대여중 제공 |
- 2009년 일반 학생들로 창단
- 학교·교육청 무관심 극복
- 첫해 전국 무대 1위 성과
- 선수들 학업 성적도 우수
중국 초나라 시인이자 정치가인 굴원(屈原)을 추모하기 위해 배를 타고 북을 치면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의식이 변형된 스포츠인 드래곤보트. 종주국인 중국은 물론 유럽과 미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70개가 넘는 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당당히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있을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드래곤보트가 도입된 것은 불과 10년 남짓으로 그 어느 스포츠보다 생소하다. 지난 1999년 대한드래곤보트협회가 결성됐지만 아직까지 협회는 대한체육회의 정식 가맹단체로 등록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로 팀을 꾸려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학교가 있다. 바로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해운대여중(교장 강현근) 드래곤보트팀이다.
2009년 창단한 해운대여중 드래곤보트팀은 부산 유일의 중등부 팀이다. 이 학교 심재영 교사는 해양소년단 활동차 학생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드래곤보트를 접하고는 그 매력에 빠지게 됐고, 한국으로 돌아와 해양소년단원들을 중심으로 드래곤보트팀을 꾸리게 됐다.
처음 팀을 창단했을 때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발적으로 결성한 팀이다 보니 학교나 교육청의 지원이 있을리 만무했고, 드래곤보트라는 생소한 운동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학생들도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부산을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드래곤보트팀으로 성장하게 됐다.
창단 첫해 통영에서 열린 전국해양스포츠제전 드래곤보트 종목에서 1위에 오르며 전국 무대에 깜짝 데뷔한 해운대여중은 이듬해 국토해양부장관배와 부산시교육감배 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며 정상권의 실력을 과시했고, 지난해에는 해양부장관배와 부산시교육감배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해운대여중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홍콩에서 열린 세계클럽드래곤보트대회에 200m와 500m에서 각각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클럽드래곤보트대회는 전 세계 45개국에서 54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최고 권위의 대회로 국내팀이 이 대회에 출전한 것은 해운대여중이 최초다.
해운대여중팀은 우수한 성적 외 팀 구성원들의 면면에서도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주로 특기생으로 구성되는 다른 운동 종목과는 달리 일반 학생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에 대한 흐름을 잘 파악해 키잡이로 활약하고 있는 3학년 김도연은 3년 내내 반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성적이나 리더십이 뛰어나고 역시 3학년인 서지우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다. 이나윤은 최고의 팀메이커로 대학생 선수를 능가하는 기량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7명인 1학년 선수들도 교과 성적으로 전교 1등인 변경원을 비롯해 모두가 학업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운동하는 학생은 공부를 못한다'는 편견을 깬 것이다.
워낙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자존심이 강한 학생들이 모인 집단인 탓에 팀 창단 초기에는 선수들끼리 마찰도 많았다. 그러나 협동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종목의 특성상 선수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됐고, 지금은 어느 종목보다 끈끈한 단합력을 보이고 있다.
심 교사는 이 같은 장점을 적극 활용해 드래곤보트를 학교 폭력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실제 학교 폭력과 관련된 학생들을 팀에 참여시켰다. 처음에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소위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학생들은 드래곤보트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고, 몇몇은 드래곤보트로 상급학교에 진학하기도 했다.
심재영 교사는 "아직 국내에서 저변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이 종목이 가진 장점이 알려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과 힘을 합쳐 드래곤보트를 널리 알리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