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한 뒤 화가 났지만 물병과 함께 던져 버렸어요."

제67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최나연(25·SK텔레콤)이 10일 귀국해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승 뒷이야기를 전했다.

9일(한국시간) 미국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최나연은 10번홀(파5)에서 티샷을 해저드 쪽으로 날렸다.

최나연은 "캐디 셰인 조엘과 함께 볼이 해저드 라인을 넘어간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에서 드롭을 하려고 했으나 경기위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말했다.

유일한 목격자인 자원봉사자의 증언도 있었지만 볼이 떨어진 반대편에서 봤다는사실이 드러나 경기위원은 최나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곳에서 드롭을 하라고 지시했다.

최나연은 "볼이 떨어진 지점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예 티박스로 돌아가 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러다가 경기를 망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었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하지만 최나연은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결심했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먹다 남은 물병에 담아 던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후 최나연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캐디와 경기에 관련된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않았다고 했다.

최나연은 이번 대회 우승에 캐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최나연은 "셰인은 남자 선수와 오랫동안 캐디 생활을 했는데 그린의 라인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퍼트의 95%는 캐디의 말만 믿고 쳤다"고 말했다.

3라운드가 끝난 뒤 6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던 최나연은 "너무 경기를 잘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기분이 너무 들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3라운드 끝나고 한밤에 코치인 로빈 사임스와 국제전화로 통화한 최나연은 "코치가 너무 경기 결과가 나빠도 잊어 버려야 하고 아주 좋아도 잊어 버려야 한다. 언제나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하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최나연은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은 부담이 크지만 결과가 좋았을 때의 기쁨은 두 배 이상이 된다"며 "올림픽에서 우승한다면 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보다 더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나연은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에비앙 마스터스가 끝나면 런던 올림픽에 갈계획이다.

여자배구대표선수인 김연경과 절친한 사이인 최나연은 "연경이가 배구 경기 티켓을 구해준다고 했다"며 "티켓을 더 구해 한국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치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14년 전 박세리의 우승 장면을 보고 골퍼의 꿈을 키운 최나연은 "앞으로 14년 뒤에는 내 후배들이 나를 보고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하지만 지금은 올해의 선수, 세계랭킹 1위,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등 내가 이뤄야 할 목표들이 남았다"며 "더 열심히 노력해 꿈을 이뤄가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