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파인 스키가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여자 알파인 베테랑인 김선주는 활강과 슈퍼대회전에서, 정동현은 슈퍼복합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역대 원정 대회 사상 최고의 성과(금 3, 은 1, 동 3)를 올렸다. 1999년 강원 대회(금메달 3개)를 제외하면 한국 알파인 스키는 1996년 대회에서 변종문이 금메달 1개를 딴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 알파인 스키에 거는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대회 자체가 한국에 불리한 방식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기술이 중심이 되는 종목인 회전과 대회전을 빼고 속도 위주의 활강과 슈퍼대회전, 그리고 기술과 속도가 혼합된 슈퍼복합 등 세 종목만 치르기로 했다.
활강과 슈퍼대회전은 개최국인 카자흐스탄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국내에서는 활강을 연습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김선주의 경우 이번 대회 전까지 국제 대회에서는 슈퍼대회전에 한 차례 출전해본 것이 전부일 정도로 한국 선수들에게 속도 위주 종목은 생소하다.
이기홍 감독은 이런 악조건을 딛고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선수들의 패기를 먼저 꼽았다. 실제 김선주와 정동현 등 메달리스트들은 모두 겁이 없는 선수들이다. 수직이나 다름없이 느껴지는 가파른 슬로프를 질주하면서 당연히 생겨나는 공포를 잘 이겨내고 오히려 속도를 더 붙일 줄 아는 근성이 놀라운 결과를 불러왔다는 게 이 감독의 분석이다.
김선주와 정동현은 대회 초반 치러진 활강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최대한 속도 종목에 익숙해지도록 철저히 준비한 것도 도움이 됐다. 이 감독은 "지난 가을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우선 캐나다와 미국 등으로 건너가 슈퍼대회전 코스를 자주 타도록 했다. 또 훈련할 때 자세 연습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훈련하는 동안에도 대표팀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험을 쌓으려고 새벽 이슬을 맞아가며 훈련했다. 슈퍼대회전은 속도가 너무 빨라 일반인과 부딪히는 사고가 날 수 있어 국내 스키장에서는 훈련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표팀은 사람이 없는 새벽에 스키장에 나가 기문을 통과하는 연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