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취재하는 기자의 숙소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10㎞ 정도 떨어진 호텔이다. 아침마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숙소에서 MPC로 가야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기자가 묵는 숙소는 완전 변두리다. 호텔 바로 곁이 주택가이고 호텔 정문만 나서면 중국식 노천 음식점이 즐비하다. MPC까지 택시를 타려고 해도 워낙 외진 곳이어서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럴때마다 오토바이가 다가온다. 겉만 오토바이다. 우리나라같으면 벌써 3~4번은 버리고도 남았을 완전 고물이다. 굴러가는게 신기한 수준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탈거냐는 의사를 묻고 그렇다고 하면 MPC까지 오토바이를 태워준다. 물론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대략 4500원 정도가 나온다.
숙소에서 MPC까지 10㎞의 거리는 중국의 속살을 모두 보여준다. 왕복 8차선의 시원한 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중국의 옛날 주택 사이의 비포장 도로를 누비기도 한다. 풍경도 비슷하다. 유럽식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나오는가 하면 바로 곁에 쓰러져 갈 듯한 중국의 빈민가가 붙어 있다. 또 규모를 가늠하기 힘든 초현대식 백화점이 등장하고 잇따라 재래식 시장도 나온다. 물을 길어서 직접 밭에다 뿌리면서 농사짓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기자의 숙소와 MPC가 위치한 판유지역은 신도시로 한창 개발 중인 곳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광저우 전체를 놓고 봐도 비슷하다. 한국과 중국의 축구 16강전이 열린 톈허 스타디움은 광저우의 중심지에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 가면 놀란다. 마치 뉴욕이나 도쿄에 있다는 착각이 들 만큼 화려하다. 값비싼 외제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명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중심지만 벗어나면 책이나 영화에서 보던 중국 예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또 광저우는 지하철이 잘 발달돼 있는데 그곳 풍경도 재미있다. 첨단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 젊은이와 꾀죄죄한 모습으로 측은함을 불러 일으키는 노인을 동시에 불 수 있는 곳이 지하철 안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중국은 싼 물가와 공안으로 대표되는 공포 정치가 먼저 떠오른다. 현재 중국은 그렇지 않다. 물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통제는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공포스럽지는 않다.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20여 분 동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기자의 머릿속에는 중국의 정치가 덩샤오핑이 항상 떠오른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면서 인민을 먹여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역설했던 덩샤오핑은 과감한 개혁과 개방으로 오늘의 중국을 만들었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시킨 덩샤오핑의 키는 불과 152㎝였다고 한다. 그 '작은 거인'이 오늘날 거대한 중국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