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이 골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14일 밤 11시 현재 조별리그 1차전 9경기에서 모두 15골이 나왔다. 한 경기당 1.66골이 터졌다. 역대 월드컵의 평균 2.91골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가장 저조했던 이탈리아 월드컵(1990년)의 2.21골과 비교해도 0.54골이나 적다.
1차전 경기를 마친 나라 가운데 2골 이상을 기록한 팀은 독일과 한국, 네덜란드 뿐이다. 무득점으로 첫 경기를 마친 나라만 8개나 된다. 골이 왜 이렇게 안터지는 걸까
■골 가뭄은 자불라니 탓?
골 가뭄의 주범으로 꼽히는 게 공인구인 자불라니(Jabulani)다. 자불라니 논쟁은 월드컵 이전부터 격렬했다. 제작사인 아디다스사는 "반발력과 스피드를 극대화한 첨단과학의 산물"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종잡을 수 없는 반발력 때문에 각국 대표팀들은 자불라니를 '도깨비 공'이라 부르며 불평을 털어놓고 있다.
공의 반발력이 높으면 볼 컨트롤이 어려워져, 패스할 때 힘과 각도가 조금만 엇나가도 상대팀에게 쉽게 볼을 빼앗기게 된다. 경기 흐름이 잘 끊어진다는 뜻이다. 볼 컨트롤이 어렵다 보니 선수들은 프리킥이나 중장거리 슈팅을 펼치지 못해 득점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자불라니는 골 가뭄 외에도 황당한 골을 만들어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C조 1차전 조별리그에서 잉글랜드는 미국에 1-0으로 선취점을 뽑아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하지만 전반 40분 잉글랜드 골키퍼 그린이 미국 뎀프시의 평범한 땅볼 슈팅을 눈 앞에서 어이없게 놓쳐 동점골을 허용해 경기는 비겼다. 골키퍼의 실책이긴 해도 움직임이 변화무쌍한 자불라니의 특징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자불라니가 득점을 올려주기는 커녕 선수들 기량을 되레 추락시키고 있다"고 혹평했다.
■체력 방전시키는 고산 경기
매 월드컵마다 '하이테크 공인구'가 등장한 점을 감안하면 남아공 월드컵의 골 가뭄을 자불라니 탓으로만 돌리기엔 조금 석연찮다. 따라서 골 기근 현상을 남아공의 독특한 지형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남아공 월드컵 경기장은 대부분 고산지대에 세워져 있다. 10개 구장 가운데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만 6곳.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와 엘리스파크는 해발 고도가 무려 1753m나 된다. 강원도 설악산의 대청봉(1708m)보다 높다.
대표적 유산소 스포츠인 축구는 경기 내내 다량의 산소를 마셔야 하는데,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에선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축구 선수의 지구력은 해발 2000m에서 최대 유산소 능력이 10%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은 평소 자신의 기량을 90%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고산지역에 따른 체력 저하는 1차 조별리그 9경기를 들여다 보면 뚜렷해진다. 9경기 가운데 6경기가 해발 12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열렸고, 득점은 9골에 그쳤다. 네덜란드의 첫 득점은 덴마크의 자책골이었다.
반면 평지(해발 0m)에서 치러진 3경기에서는 6골이 터졌다.
한편 오는 17일에 벌어지는 한국-아르헨티나 조별예선 2차전은 해발 고도 1753m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에서 열린다.
조별리그 득점 및 경기장(고도) |
남아공 |
1-0 |
멕시코 |
사커시티 (1753m) |
우르과이 |
0-0 |
프랑스 |
그린포인트 (0m) |
아르헨 |
1-0 |
나이지리아 |
엘리스파크 (1753m) |
한국 |
2-0 |
그리스 |
넬슨만델라베이 (0m) |
잉글랜드 |
1-1 |
미국 |
로열바포켕 (1500m) |
알제리 |
0-1 |
슬로베니아 |
피터모카바 (1310m) |
독일 |
4-0 |
호주 |
더반 (0m) |
세르비아 |
0-1 |
가나 |
페르스펠트 (1214m) |
네덜란드 |
2-0 |
덴마크 |
사커시티 (1753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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