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더그아웃에 펼쳐져 있는 노트북이다. 가끔 선수들이 노트북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장면도 종종 목격된다.
노트북은 상대 전력 분석과 기록 정리를 위해 사용된다. 각종 데이터를 저장해 활용할 뿐만 아니라 경기 중에는 본부석 쪽에 자리잡은 전력분석원이 상대 팀의 전력을 분석해 더그아웃으로 보내면 각 팀 사령탑은 이 자료들을 작전과 선수 기용 등에 활용한다. 'IT 강국'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이 같은 장면은 최근 국내 프로야구의 비약적 발전에도 적지않은 공을 세웠다.
그런데 느닷없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KBO는 오는 29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규칙위원회를 열어 각팀이 더그아웃에서 사용 중인 전자장비와 더그아웃 출입 인원, 스피드업(경기 시간 촉진룰) 등을 논의한다. 규칙위원회 개최는 최근 대회요강과 야구규칙에 적힌 대로 게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유영구 KBO 총재의 의중이 많이 작용했다.
대회요강 26조는 경기 중 무전기, 휴대전화, 전자기기 등을 사용해 감독, 코치, 선수에게 주는 정보를 '불공정 정보'로 규정해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트북 사용은 몇 년 동안 일반화돼 왔다. KBO는 요강에 어긋나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동안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KBO가 이 문제를 갑자기 꺼낸 것은 일부 팀에서 더그아웃 노트북을 통해 TV 경기 중계를 보다가 심판 판정에 항의한다는 지적이 제기 됐기 때문. 이에 대해 한 구단 관계자는 "노트북을 심판 판정 항의용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상대 팀 분석하고 대응하기도 바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와 함께 대회요강에는 더그아웃에 들어갈 수 있는 한 팀의 인원으로 1군 등록 선수 26명과 감독, 코치 등 최대 38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팀은 1군 엔트리에 없는 선수도 선수단 동행 차원에서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이같은 사실은 KBO 뿐만 아니라 언론, 팬들도 대부분 알고 있다.
규칙을 제대로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일들을 갑자기 문제 삼고 나선 KBO의 모양새도 무언가 찜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