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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스포츠 플러스] 진정한 영웅을 꿈꾸는자 프랑스 오픈을 정복하라

테니스 메이저대회 14회 우승에 빛나는 샘프라스도, 역사상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현역 '황제' 페더러도 번번이 눈물

페더러 8번 도전 좌절 …1회전 탈락치욕도 3회

1인자에게는 '무덤' 넘버2 · 3에게는 '반란의 땅'

  •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
  •  |   입력 : 2007-06-01 19:39:5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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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 유독 프랑스 오픈에서 왕관을 차지하지 못해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테니스계에 색다른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당대 최고 선수인 로저 페더러(세계 1위·스위스)와 90년대 최고의 선수였던 피트 샘프라스(은퇴·미국)가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을 한 인물은 존 뉴컴. 호주 출신인 그는 호주 오픈 2번, 윔블던 3번, US 오픈 2번 등 7차례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1960~70년대의 스타플레이어다. 그는 역사상 최고 선수 3~4인에 들기 위해서는 당대를 확실히 지배해야 하지만 페더러와 샘프라스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컴 주장의 근거는 자신도 정상에 서지 못한 바로 '프랑스 오픈'이었다.

2007 프랑스 오픈이 지난달 28일 파리 롤랑 가로 클레이코트에서 2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일 뿐인 이 대회는 유독 1인자에게 그 왕좌를 허락하지 않았다. 당대 황제들에게는 천추의 한을 남기게 했고 2인자들에게는 반란을 꿈꿀 수 있는 마지막 요새였다.

▲천하통일을 허락하지 않는다=오는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

'테니스 황제'로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양분해 온 전 세계 챔피언 샘프라스와 현 세계 1위 페더러가 말레이시아 독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 경기를 벌이게 된 것. 둘은 같은 아픔을 같고 있는 황제들이어서 그들의 대결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샘프라스는 메이저대회에서 14번이나 우승, 개인 통산 최다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황제 중의 황제'다. 남자 프로테니스(ATP)투어에서도 64번이나 단식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오픈에서는 단 한 번도 왕관을 차지하지 못하고 지난 2003년 은퇴했다. 현역 황제 페더러도 지난 2004년 2월 이후 세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고 있다. 지난 한해 총 상금 800만 달러 시대를 처음으로 개척하기도 했다. 이미 메이저 대회 왕관도 10개나 차지해 샘프라스의 메이저대회 우승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다. 하지만 페더러도 롤랑 가로를 넘지 못해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페더러는 지난해까지 8번 도전해 모두 눈물을 삼켜야 했다. 더구나 3번이나 1회전 탈락의 치욕까지 당했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 2005년 2006년에 이어 올해도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면 26년만에 3연패를 재연하게 된다.
▲넘버 2만의 오아시스=프랑스 오픈은 1인자들에게는 잔혹했지만 넘버 2, 3에게는 기회였다. 페더러의 그늘에 가려있는 라파엘 나달(세계 2위·스페인)이지만 롤랑 가로에서는 그가 황제다.

8번이나 도전한 페더러가 이루지 못한 것을 나달은 첫 출전한 2005년 타이틀을 따버렸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우승을 차지한다면 비욘 보리스(스웨덴, 1978~1981)이후 26년만에 3연패를 재현하게 된다.

샘프라스 시절에는 브라질 출신의 구스타보 쿠에르텐이 프랑스 오픈의 1인자였다. 세계랭킹 66위에 불과하던 그는 1997년 프랑스 오픈 타이틀을 차지한 뒤 2000년과 2001년 연거푸 우승하는 등 3차례나 우승컵을 안았다. 안드레 애거시(미국)도 프랑스 오픈을 제패하며 1인자 샘프라스도 이루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 뒤 지난해 9월 은퇴했다.

남자 단식 역사상 그랜드 슬램(4대 메이저대회를 한 해에 모두 우승하는 것)과 커리어 그랜드 슬램(시기에 상관 없이 타이틀을 따내는 것)을 달성한 선수는 5명에 불과하다. 돈 버지(미국)가 1938년 그랜드 슬램의 신화를 개척했고 로드 레이버(호주)가 1962년과 1969년 두 번이나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달성했다. 애거시를 비롯해 프레드 페리(영국)와 로이 에머슨(호주) 등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뤘다.

2007 롤랑 가로에서 페더러가 통일 황제의 제위에 오를지, 2인자들의 반란이 또 다시 성공할지 아무도 모른다. 예측 불허의 대회 프랑스 오픈이 테니스계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 프랑스 오픈은?

ITF(국제테니스연맹)가 관장하는 국제테니스대회로, 윔블던, US 오픈,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와 함께 '테니스의 4대 메이저대회'에 속한다.

파리근교 블로뉴의 롤랑 가로 테니스 클럽에서 개최된다. 1891년 프랑스 클럽 멤버 대회로 출범했다. 1925년부터 외국선수들에게 개방됐으며 1968년부터 프로선수들도 참가했다. 빨간 벽돌가루로 만든 앙투카로 이뤄진 클레이코트에서 치러진다.

이 대회 우승자는 '클레이코트 스페셜리스트'로 불릴 정도로 클레이코트 토너먼트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 왜 '넘버1'들의 무덤이 되었나

- '붉은 벽돌가루 코트의 저주'… 공 스피드 줄어 공격형 선수에겐 불리

그렇다면 왜 프랑스 오픈에서 황제들은 번번이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4대 메이저 중 윔블던은 천연잔디에서, 호주 오픈과 US 오픈은 하드코트에서 열린다. 프랑스 오픈만이 붉은색 벽돌 가루의 일종인 앙투카 클레이코트에서 펼쳐진다.

1인자들이 프랑스 오픈에서 유독 부진한 이유는 클레이코트의 특성과 플레이 스타일에 있다.

클레이코트에서는 잔디나 하드코트에 비해 공이 마찰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공의 스피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강한 서브를 주무기로 빠르게 플레이를 진행하는 '서브 앤 발리'스타일의 공격형 선수들에게 불리하다.

반대로 랠리와 스토로크에 능한 수비형 선수들에게는 그만큼 유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드코트나 천연잔디에서보다 공의 스피드가 느리니 수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연스러운 슬라이스로 수비의 범위가 넓어져 하드코트에서는 받을 수 없는 공도 쳐낼 수 있다.

피트 샘프라스나 로저 페더러는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하지만 시속 200㎞가 넘는 강한 서브를 주무기로 하는 '서브 앤 발리'스타일의 공격형에 더 가깝다. 또 빠른 랠리를 선호하는 공격지향적 선수들이다. 하지만 클레이코트에서는 이런 자신들의 플레이를 정상적으로 펼치기 힘들다. 다른 코트에 비해 불규칙 바운드가 많은 것도 이변이 일어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부산테니스협회 이시환 전무는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코트의 환경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매년 프랑스 오픈은 실력 못지않게 앙투카 클레이코트의 특성에 얼마나 적응을 하느냐가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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