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스포츠클럽시대가 열린다.
학교를 파한 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동아리 형식으로 즐기되 전문지도자가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도해주는 스포츠클럽이 부산에서 첫 선을 보이는 것.
학업을 전폐하다시피 운동에만 매달리는 선수 양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청소년기에 체육 특기 하나쯤을 가지게 하려는 것이 학교 스포츠클럽의 주목적이다. 즉 전문가는 아니지만 바이올린 피아노 서예 등을 취미생활로 즐기듯 어릴 때 자신에 맞는 운동을 찾아 평생 특기로 삼으며 건강 관리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려는 데 있다. 정확히 운동규칙을 알고 기량도 익혀 운동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유럽형 학교 스포츠클럽의 도입이라고 보면 된다.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체육회는 학생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 학교 체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학교 스포츠클럽 육성에 나서 이달말 부산 개림중(교장 강영린·부산진구 개금동)에서 첫 스포츠클럽을 발족시킨다.
이어 6월 중에는 신덕중(북구 만덕동), 영도구 지역 6개 중학교 연합, 북구 초등학교 연합 등에서 속속 스포츠클럽이 활동에 들어간다.
여기에는 펜싱 철인3종 컬링 탁구 양궁 요트 등 8개 종목 경기단체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엘리트체육에 의존하면서 빚어지는 학교체육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이런 방과후 활동 필요성에 공감해서다.
학교 스포츠클럽은 시교육청이 장소제공과 프로그램를 맡고 시체육회가 해당 종목 경기단체와 협의해 전임지도자를 파견해 운영된다.
스포츠클럽 취지에 맞게 운동 횟수도 주 3회로 정해져 있다. 공부는 뒷전인 채 운동에만 몰두하는 엘리트체육에 대한 일반 학부모와 학생들의 거부감을 감안한 것이다. 운동시간도 1시간30분에서 2시간가량으로 정하고 학생 스스로 자율에 맡긴다. 엘리트 선수 양성이 주목적이 아닌 만큼 말그대로 학생들이 체력향상을 꾀하고 특기를 기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초·중·고교 운동 선수들도 정상수업을 반드시 받게 학습권 보장 대책을 일선 시·도교육청에 요구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다만 끼리끼리 하는 비체계적인 단순 동아리수준의 운동은 되지 않도록 해당 종목 지도자가 나선다. 지도자는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운동을 가르치고 규칙도 숙지시켜 확실한 해당 종목 매니아로 거듭나게 이끈다.
장기적으로는 스포츠클럽이 확산되면 학교 운동부로 단일화돼 있는 선수공급 체계 변화는 물론 엘리트체육 참여인구에 대한 잠재적 인프라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지역 체육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클럽 학생 중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부류와 운동에 소질을 깨닫고 전문 운동선수로 나서는 경우로 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선진국형 선수 충원 방식으로 전환되는 소득도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다.
부산지역 학교체육의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학생 동아리 체육활동 활성화가 그 시초가 됐다.
시교육청은 '엘리트에서 동아리'로 학교체육의 틀을 바꾸기 위해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학생들이 기량을 겨루는 동아리 교육감배대회를 마련했다. 지난해 9월 제1회 부산시교육감배 초등 동아리 탁구·배드민턴대회에는 협회 선수로 등록되지 않은 260여 명의 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방과후 활동의 하나로 운동을 하다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지난 10월에는 초·중등 동아리 축구 대회가, 12월에는 초·중등 동아리 농구 대회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 속에 열렸다. 학교 스포츠클럽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부산시교육청 체육보건급식과 김창민(51) 장학관은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생활체육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학창시절만의 운동에서 평생체육으로 이끄는 '학교 안 체육에서 학교 밖 체육'을 지향하는 학교 스포츠클럽의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창설되는 학교 스포츠클럽
제일 먼저 활동에 들어가는 개림중학교 스포츠클럽은 펜싱이다. 학교 측은 시교육청, 펜싱협회의 도움을 받아 운동 장비 일체와 유니폼을 지원받는다. 또 펜싱협회에서 파견한 전문지도자들이 나서 학생들의 체력단련을 돕는다.
학생들은 주 3회 운동을 하기 위해 수업을 마친 후 학교 강당에 가면 원하는 펜싱을 배울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이 돈을 들여 장비 구입을 할 필요가 없다.
개림중 스포츠클럽은 앞으로 펜싱에 한해 지역거점학교로서 구실도 하게 된다. 인근 학교의 펜싱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들은 사전 정해진 시간에 맞추기만 하면 언제든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펜싱 체육관이 된다.
스포츠클럽을 주도하고 있는 유창준(55) 교사는 "청소년기에 학생들이 자신의 체육 특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펜싱 클럽을 조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림중 외에도 오는 6월에는 신덕중학교에 컬링 스포츠클럽이 꾸려진다. 또 영도구 지역에는 6개 중학교가 연합해 철인3종 스포츠클럽을 결성하며 초등학교는 탁구 클럽을 만들고 있다. 북구지역에도 초등학교들이 연합해 배드민턴 클럽 결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장군에도 7월 중으로 민속씨름 클럽이 조직될 예정이다.
# 취미로 즐기면서 원하면 선수 육성
- 부산 주니어세일링클럽
부산지역 청소년 스포츠클럽 효시로 부산주니어세일링(요트)클럽을 체육계에서는 들고 있다.
학교 스포츠클럽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부산시교육청에서 본보기로 삼을 만큼 이 클럽은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이 스포츠클럽은 지난 1999년 부산시요트협회가 어린이 생활체육 및 꿈나무 선수 발굴을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운영은 클럽 청소년 회원 학부모들이 하고 요트협회는 장비지원과 교육을 맡고 있다.
학업을 우선시하는 관계로 운동은 토·일요일에 있다. 학교 운동부 선수들처럼 전일 운동에 시간을 쏟지 않는다. 토요일은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부터, 일요일은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진행된다. 원하는 경우 일요일 종일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50여 명이 현재 주말이면 해운대와 광안리 앞 바다를 누비고 있다. 반듯하게 꾸려지고 있는 이 클럽도 초창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으나 창단 5년을 넘기면서 본궤도에 들어섰다는 것이 창단을 주도한 부산시요트협회 류재동(51) 부회장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운동을 백안시하던 학부모들의 시선이 큰 장애물이었다. 차츰 부모들이 학교 운동부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든든한 클럽 후원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단다. 지금은 이런 클럽 운용이 입소문을 거치면서 지원자들이 늘고 있다.
'운동을 잘 하는 어린이가 장차 사회 지도자가 된다'는 구호가 이 클럽의 지향점이다. 청소년기에 요트를 제대로 배워 엘리트선수는 아니지만 장차 취미 생활로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 클럽의 특징 중 하나는 요트를 타다 학생 본인과 부모가 선수로 진로를 선택하면 엘리트 선수로 커갈 수 있게 요트협회가 적극 지원하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제7회 해양경찰청장배와 10일 제12회 해군참모총장배 전국요트대회 레이저급에서 쟁쟁한 일반부 선수를 제치고 연거푸 우승해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하지민(양운고3) 군이 그 대표적 예다. 하 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운동을 시작해 요트에 자질을 발견하고 엘리트 선수 길로 접어들어 재능을 빛내고 있다.
류재동 부회장은 "서구 선진사회에서는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체력 증진은 물론 협동 양보 등 사회미덕을 체득하며 지도자로 커 간다"면서 "이제 우리도 스포츠클럽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