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남자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딴 박재명이 관중석에 있던 핀란드 출신 에사 우트리아이넨 코치와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육상선수단은 최악의 성적에 밤 잠을 설칠 정도로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당초 목표(금 3, 은 3, 동 3)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표(금 1, 은 1, 동 3)의 근본 원인은 실력 미달이지만 굳이 변명을 하자면 기상 이변도 악재였다.

대표팀은 대회 직전 전지훈련 장소로 호주를 택했다. 기후가 도하와 비슷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도하에 입성했을 당시에는 우리의 예상이 맞았다.

윤종관 ·육상 국가대표팀 코치

그러나 각 종목 결선이 집중된 지난 9~12일 기간 중 날씨가 조화를 부리기 시작했다. 열사의 땅에서 맞은 12월은 한국의 12월과 다르지 않았다. 추웠다.

한국에서는 한겨울인 12월에는 대회가 열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동치는 바람도 우리 선수들을 괴롭혔다. 바다와 접한 부산만큼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칼리파 스타디움에서는 바람이 돌풍처럼 돌았다.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는 3명의 선수가 바람 때문에 경기를 중도에 포기, 실격처리되기도 했다.

맞바람을 맞게 되면 체격과 힘에서 상대적 열세인 우리 선수들이 더욱 불리하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남자 세단뛰기의 김덕현이 3위에 그친 것은 종잡을 수 없었던 바람 탓도 있다.

경기 시간도 우리에게 불리했다. 결선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후 4시30분 전후에 열렸다. 이 시간대에는 이미 해가 져 라이트를 켜놓고 경기를 한다. 야간 경기를 해 본 적이 없는 우리 선수들에게 또다른 부담이었다.

마지막으로 국제대회 경험 부족이다.

35명의 육상 대표 선수들 가운데 올해 국제대회 경험이 있는 선수는 5~6명에 불과했다. 기준기록에 미달해 참가 자체가 어려웠던 탓도 있지만 코치진들이 1년 단위로 재계약하기 때문에 장기 플랜을 짤 수 없는 현실도 한 원인이다. 유일하게 금메달을 딴 남자 창던지기의 박재명(25·태백시청)이 핀란드 출신 에사 우트리아이넨(53) 코치를 따라 지난 7월 핀란드로 건너가 각종 대회에 참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육상 대표팀은 14일 귀국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잘 보완한다면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