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유도 78㎏급에 출전한 이소연이 결승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뒤 시상식에서도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기 종료전 1초의 방심이 메달 색깔을 바꿨다.

3일(한국시간) 새벽 유도 결승전이 열린 카타르 도하 시내의 스포츠클럽 유도장. 유도에서 나란히 결승에 오른 여자 78㎏급 이소연과 남자 100㎏급의 장성호에게 관심이 쏠렸다.

먼저 결승에 나선 것은 이소연.

이소연은 2005년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인 나카자와 사에(일본)를 상대로 초반 탐색전을 펼치다 경기 종료 1분57초를 남기고 안다리걸기로 먼저 효과를 따내 기선을 잡았다. 수세에 몰린 나카지와는 경기 종료가 가까워져 올수록 끊임없이 공격 기술을 걸었으나 전광판 시계는 초 읽기에 들어가 한국의 첫 금메달 주인공은 이소연으로 굳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방심이 화를 불렀다.

이소연은 부저가 울리기 1초 전 우승을 확정지은 듯 잠시 긴장의 고삐를 풀었고 나카자와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전광석화 같은 발뒤축 걸기 공격으로 효과를 뺐었다. 다 잡았던 한국선수단 첫 금메달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경기는 결국 연장전으로 접어 들었지만 둘 다 5분 경기에서 효과 이상의 점수를 따지 못한 채 승부는 심판 판정으로 넘어갔다. 주심과 부심 2명 중 주심이 이소연의 유니폼 색깔인 파란색 수기를 번쩍 들었지만 다른 두 명의 부심은 나카자와 유니폼과 같은 흰색 수기를 꺼내 결국 금빛과 은빛 메달 주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가 끝난 뒤 이소연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너무 많이 준비했는데 종료 직전 승리를 확신하고 다 끝났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