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한국시간) 열린 야구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9회말 조노 히사요시(위)가 오승환(왼쪽)을 상대로 끝내기 3점 홈런을 친 뒤 기뻐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아시아세이브 신기록, 투·타 트리플 크라운, 시즌 최다안타 등…'.

도하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올 시즌 이뤘던 국내 기록은 허울뿐이었음이 판명났다. 대표팀은 1차전 대만전에 이어 2일 아마추어로 구성된 일본에마저 7-10으로 패했다. 올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한국프로야구의 위상이라고 믿었던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착각과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함께 도하 사막에 묻었다.

▲'12·2'한국 야구 국치일=사회인야구 출신의 일본에 10점이나 내주며 패했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든 변명이 되지 않는다.

'괴물 루키'라는 허명으로 MVP를 거머쥔 선발 류현진은 4-0으로 앞선 3회에만 볼넷과 안타, 투런포를 맞고 무려 5점이나 내줬다. 7회 2사 1, 2루에서 등판한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의 '돌부처' 오승환은 볼넷 5개를 내주다 결국 9회 끝내기 3점포를 맞고 무너졌다.

타선에서도 대만전과 마찬가지로 번번이 번트를 실패해 지난 대만전의 번트 실패가 컨디션 난조가 아니라 실력임이 증명됐다. 대만전에 이어 이날도 홈런 3방을 얻어맞아 도하의 날씨와 상대팀에 대한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팬 경악, 분노 폭발='이런 대표팀은 앞으로 절대 안된다'는 비난 여론이 나라 안팎에서 빗발치고 있다. 대표팀은 투지도 부족했고 상대 전력 분석은 더군다나 안됐다.

한일전을 생중계한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정말 대표팀 선수라면 앞으로 이렇게 야구하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야구관련 사이트마다 "앞으로 야구장에 가지 않을 것이다" "TV를 부수고 싶었다"는 등 분노한 팬들의 비난 글이 봇물을 이뤘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상급 선수들을 끌어 모았지만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게 판명났다. 또 기량은 퇴보하고 있지만 이름값만으로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몸값 등 한국 야구가 안고 있는 병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KBO 개혁 신호탄=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야구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하 총장은 "스트라이크존, 공인구 규격, 야구 유소년 육성 문제 등을 야구인들과 상의하고 이를 종합해 KBO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하 총장은 "국제대회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는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도록 스트라이크 존이 바뀌어 국제 대회에서 타자들이 낮은 쪽 공에 대해서는 모두 볼로 생각하고 서서 삼진을 당하거나 유인구에 말려든다"고 지적했다. 하 총장은 이어 "현재 자율에 맡기고 있는 공인구의 규격도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3일 필리핀 전에서 12-2, 7회 콜드게임승을 거둬 2패 끝에 첫 승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