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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드디어 뚫린다…에너지 시장 정상화까진 시간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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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하고 있는 선박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14일(현지시간) 종전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사실상 100일 넘게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마침내 정상화를 앞두게 됐다.

전 세계 석유·천연가스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주요한 에너지·물류 수송로이지만 그동안 전쟁과 이에 따른 해상봉쇄로 제 역할을 못했던 이 해협이 개방되면 세계적 에너지·물류 이동에 숨통이 트이고 유가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오는 19일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즉시 풀릴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동시에 미국도 이란 해상에서 펼치고 있는 대이란 ‘역봉쇄’를 해제하기로 해 글로벌 에너지·물류 업계로서는 한시름 덜게 됐다.

MOU 체결에 따라 지금까지 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4척을 포함해 수백척의 유조선·상선이 순차적으로 빠져나올 전망이다.

해협을 통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에 물꼬가 트이면서 그동안 수출로 차단에 원유 등 생산량을 줄였던 걸프국도 생산을 점차 정상화할 수 있어 에너지 수급 불안도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유와 LNG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계에서는 전쟁 이후 우회 운항과 대기 상태에 들어갔던 선박들이 순차적으로 복귀하면 운임과 보험료 상승 압력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MOU 체결에도 불구하고 실제 에너지·물류 공급망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쟁 기간 급등한 보험료 등 운항 비용 부담이 여전한 데다, 주요 선사들이 기뢰 제거 등 안전성을 확인하기 전까지 운항 정상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 CGM의 로돌프 사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프랑스 의회 청문회에서 “평화적인 해법이 이행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위기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우리는 호르무즈의 수감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된다고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CMA CGM은 계속해서 다른 항로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MOU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이란이 향후 다시 호르무즈 재봉쇄에 나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변수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이 ‘해협 개방’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최대 불안 요소로 꼽힌다. 미국은 자유로운 항행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란은 자국이 해협 통제권과 관리 권한을 행사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이란 타스님뉴스는 지난달 MOU 체결이 논의될 당시 해협 통항 재개는 전쟁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며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수를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뜻”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란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 해협에 대한 주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통행료 없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선언한 것과 달리, 앞으로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해석의 차이와 이로 인한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봉쇄 기간 이란이 주장했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는 MOU에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란이 해협 관리 비용 등을 내세워 사실상 통행료를 징수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로 이란은 전쟁 기간 해협 통제권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는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 확립법’ 초안을 승인했으며, 해당 법안에는 선박 통행 허가와 항로 지정, 통행료 부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따라서 전쟁 기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심사와 통제 체계를 사실상 운영해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러한 통제를 완전히 포기할 것인지 미지수다.

하지만 특정 국가가 국제 해협을 자의적으로 통제하거나 통행료를 강제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쟁 기간처럼 강한 통제권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역사적으로 확립된 국제관습법과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국제 해협은 어느 국가의 영해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외국 선박의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이 폭넓게 인정돼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란에 대해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다면 국제해협을 끼고 있는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통제권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결국 향후 60일간 진행될 미국·이란 협상과 이 기간 양측이 보일 움직임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양측이 이 기간 별다른 충돌 없이 최종 종전과 핵 합의에 도달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물류 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무기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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