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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과거·현재·미래 잇는 스마트시티…첨단기술 경연 場으로

디지털 시대에 만난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 한승욱 일본 긴키대학교 건축학부 준교수
  •  |   입력 : 2025-05-15 19:36:52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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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격의 거인’ 성벽 같은 유메시마
- 생명 주제 다양한 콘텐츠 선봬

- 이탈리아 파빌리온, 휴게시설 등
- 혁신적인 건축양식 이목 집중

- 오사카 성 축조 때 버려진 돌로
- 화장실 만든 발상은 흥미로워

지난 11일 부산에서 출발한 배 한 척이 이틀 후 오사카 엑스포 행사장인 유메시마에 도착했다. 오사카 입항은 1764년이 마지막으로 261년 만에 ‘조선통신사’ 행렬이 재현된 것이다. 10년 전부터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중심이 돼 조선시대 실제 사용한 배를 복원, ‘한국의 날’에 맞춰 입항한 조선통신사 행렬 기사는 일본의 뉴스채널에서 8분이 넘게 보도됐다.

지난 4월부터 오는 10월 13일까지 6개월간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열리는 2025년 오사카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 150여개 국이 참가하고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연결된 시대에 오프라인 축제를 굳이 찾아가서 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필자는 이달 초 엑스포에 다녀왔다.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자 둘레 2㎞, 지름 615m, 폭 30m, 높이 20m로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 링(Grand Ring)이 눈앞을 가로질렀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거대한 성벽 같은 느낌이었다. 닫혀 있는 성벽이 아닌 바다와 내륙을, 나무기둥 사이로 바람과 사람이 자유롭게 흐르는 열려있는 구조다.

일본은 그간 총 5회의 엑스포를 개최했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아시아 최초의 등록박람회(5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엑스포)로 183일간 이어졌다. ‘인류의 진보와 조화’라는 주제 아래 77개국 참가, 6400만 명 방문으로 전후 일본의 경제성장을 세계에 보여주는 국가적 이벤트였다. 반세기 만에 다시 오사카만의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개최된 엑스포는 과거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사회가 직면한 많은 과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코로나 후 일본경제 부흥과 의료, AI, 바이오 테크놀로지 등을 통해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을 제시한 것이 이번 엑스포의 특징이다.
지난 14일 오사카 엑스포를 찾은 방문객들이 둘레 2㎞, 지름 615m, 폭 30m, 높이 20m의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인 그랜드 링(Grand Ring) 주변을 걷고 있다. AFP 연합뉴스
■‘생명’ 주제 혁신적인 파빌리온들

오사카 엑스포의 핵심 주제인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주최국인 일본에서 조성한 시그니처 파빌리온들은 8명의 유명한 프로듀서들이 각각 ‘생명’을 테마로 독자적인 전시를 기획하였다. 생명의 진화와 다양성, 미래 사회의 디자인을 최첨단 기술과 예술적 표현을 통해 방문자가 ‘생명’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특히 카와모리 마사하루의 ‘생명을 둘러싼 모험’은 우주·해양·대지를 무대로, 최첨단의 VR과 대형 스크린으로 생명의 연결과 다양성을 체감할 수 있다. 이시구로 코가 기획한 ‘생명의 미래’는 사람과 안드로이드 로봇과의 공생에 대한 이야기를, 오치아이 요이치의 ‘생명의 빛’은 빛을 테마로 새로운 생명관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독자적인 시점과 첨단 기술로 ‘생명’을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생명과학 관련 기업들이 참여하는 ‘바이오테크놀로지 파빌리온’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감염병 대응, 개인 맞춤형 의학, 유전자 편집 기술 등 생명과학의 최전선을 소개한다. 방문객들은 자신의 DNA 샘플을 분석하여 맞춤형 건강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오사카 엑스포 행사장 내 일본 파빌리온. EPA 연합뉴스
■건축과 문화예술의 경연장

이번 엑스포는 현대 건축의 축제 장이라 할 수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건축의 거장들이 다수 참여,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건축물을 선보인다. 특히 일본의 젊은 건축가 20팀이 화장실과 휴게소 등 편의시설을 디자인해 관심을 끈다. 그 가운데에서 높이 3m, 무게 10t 전후의 거대한 돌덩어리 5개가 받치는 화장실은 아주 흥미롭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긴키대학교 출신의 젊은 건축가가 설계하였는데, 거기에 쓰인 돌의 이름이 ‘쟌넨이시’, 우리말로 ‘안타까운 돌’이다. 쟌넨이시는 400년 전 오사카 성을 축조할 당시, 성벽에 쌓기 위해서 채석한 돌 중에 버려진 돌을 의미한다. 성벽의 건축자재로 선별됐으나 마지막에 탈락했다고 해서 안타깝다는 의미가 이름이 되었다. 400년 동안 버려졌던 돌이 이번 엑스포에서 본래 용도인 건축자재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엑스포가 끝나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도루묵처럼 도로 ‘쟌넨이시’가 되는 것 또한 재미있는 일이다.

꼭 봐야할 파빌리온을 꼽으라고 하면 ‘이탈리아 파빌리온’을 추천한다. 건축가 마리오 쿠치넬라가 설계한 파빌리온은 문화예술의 절정기였던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도시’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내부에는 이탈리아 도시 문화를 상징하는 광장 극장 회랑 정원 등이 배치되어 마치 이탈리아의 도시를 산책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진짜 매력은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이탈리아 국보급 예술품들에 있다. 특히 바티칸에서 특별 대여한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대표작 ‘그리스도의 매장(The Entombment of Christ)’과 고대 로마 시대의 대리석 조각인 ‘파르네세 아틀라스(Farnese Atlas)’가 전시돼 있다. 2000년 전 제작된 그리스 신화의 거인 아틀라스가 천구(별이 새겨진 구)를 어깨에 짊어진 모습을 묘사한 대형 대리석 조각상을 직접 볼 수 있다. 조각상은 작품의 세밀함뿐만 아니라 그 역사적 가치만으로도 2시간의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될 것이다.

■첨단 기술의 실험장

오사카 엑스포는 단순히 미래 기술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행사 자체가 첨단 기술의 실험장이 된다. 특히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혁신적인 운영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입는 첨단 기능성 유니폼은 단순한 의복을 넘어 다기능 스마트 웨어로, 자외선 차단 및 체온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어 여름철 혹서기에도 쾌적하게 근무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또한 내장된 센서를 통해 착용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휴식을 권고하는 알림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박람회장 전체는 ‘스마트 시티’ 개념으로 설계되어,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된다. 유메시마 내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해상 풍력 발전, 그리고 수소 에너지 시스템이 통합되어 박람회장의 전력을 공급한다. 에너지 사용 최적화를 위한 AI 시스템이 날씨와 방문객 수에 따라 실시간으로 에너지 분배를 조절한다. 방문객 관리 시스템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또한 다국어 실시간 번역 시스템이 모든 파빌리온에 설치되어, 언어 장벽 없이 전 세계 방문객들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오사카 엑스포는 일본 경제에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간사이 경제연합회의 분석 결과, 엑스포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2조9000억 엔(약 27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는 이번 엑스포를 ‘성장전략의 핵심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 첨단 기술 산업 육성, 국제 비즈니스 교류 확대 등에 힘을 쓰고 있다.

이번 엑스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희망을 공유하는 장이다. 첨단 기술의 경쟁을 넘어, 인류가 함께 모여 미래를 그려보는 축제가 부산에서 비행기로 90분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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