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없이 러에 맞서기 부담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연대를 밝힌 유럽 정상들이 하루만에 돌연 입장을 바꿔 ‘트럼프를 다시 만나라’고 등떠밀고 있다. 미국 없이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껴서다.
1일(이하 현지 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회담이 설전 속에 끝나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백악관으로 돌아가라고 설득했다. 그는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과열된 상황을 식히려 했지만, 미국 당국자들이 회담으로 돌아오기 전에 격분이 누그러져야 한다고 답하면서 중재 노력이 무산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공개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화해를 촉구했다.
유럽 정상들이 앞다퉈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화해하라고 압박하고 나선 것은 파국으로 끝난 양국 간 회담 이후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커질까 우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종전 협정의 조건으로 미국의 안보 보장을 거듭 요구하자 “당신이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끊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 같은 발언에 유럽은 미국 없이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유럽 정상들은 앞다퉈 미국과 유럽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같은 반응은 전날 유럽 각국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에 일제히 연대의 뜻을 밝힌 것과는 딴판이다.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가 3년 전 우크라이나를 돕고 러시아를 제재하는 것이 옳았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여기서 ‘우리’란 미국 유럽 캐나다 일본 그리고 많은 다른 이들을 의미한다”고 썼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당신의 품격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용기를 더 빛나게 한다”며 “강하고, 용감하며, 두려움 없이 나아가라”고 응원했다. 이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당신과 함께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 역시 엑스에 “우리는 좋은 때나 어려운 때나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다”며 “이 끔찍한 전쟁에서 침략자와 피해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 정상들은 2일 영국 런던에서 회담을 열고 현 상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유럽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 정상회담의 ‘최우선 순위’는 동맹의 균열이 더 커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영국 런던에 도착해 스타머 총리의 환대를 받았으며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22억 파운드 이상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영국 재무부는 1일 성명을 내고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22억6000만 파운드(4조480억 원)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