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민당 연합 지지율 30%로 선두
- 세제개혁·난민 유입봉쇄 등 예고
앞으로 4년간 독일의 운명을 결정할 연방의회 총선이 오는 23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재임 내내 지도력 부재 논란에 시달려온 올라프 숄츠(사회민주당·SPD) 총리가 연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기독민주당(CDU)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 퇴진 이후 3년여 만에 정권 탈환을 노린다. 유럽 경제의 엔진이라는 옛 수식어가 무색하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최근 10년간 대규모 난민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달해 총선 결과에 따라 국가 운영 방향이 대폭 바뀔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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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현지시간) 독일 브레멘에서 기독민주연합의 이민정책 등을 반대하는 반(反) 극우 시위대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2021년 9월 총선으로 구성한 일명 ‘신호등 연립정부’ 내에서 친기업 우파 자유민주당(FDP)과 재정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11월 의회에 신임투표를 자청하고 총선을 7개월 앞당겼다. 정치적 승부수라기보다 FDP의 연정 탈퇴와 신호등 연정 붕괴가 불가피해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연정에 남은 SPD와 녹색당의 의석수 합계가 재적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지지율만 놓고 보면 중도보수 CDU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최다 의석을 확보해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발표된 ZDF방송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CDU·CSU 연합이 지지율 30%로 선두를 지켰다.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20%로 2위를 달리는 가운데 신호등 연정 붕괴 이후 임시로 중도진보 소수정부를 꾸리고 있는 SPD와 녹색당이 각각 15%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의 초점은 경제 살리기와 난민대책에 맞춰져 있다. CDU·CSU 연합은 세제개혁 및 신호등 연정이 대폭 늘린 시민수당(실업수당)을 다시 줄이고 2023년 중단한 원자력발전을 재개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포함한 난민에게 돌아가는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고 불법이민자 유입을 국경에서 원천봉쇄한다는 난민 강경책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우향우 정책’을 위해 일종의 금기로 여겨지던 극우정당 AfD와 협력해 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무산, 전국적으로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SDP는 상위 1% 고소득자 세금을 늘리는 대신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득세는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돌려주고 전기차 보조금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난민정책은 큰 틀을 유지하되 독일에서 범죄를 저지른 난민을 신속히 추방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트럼프에 탄력받은 AfD는 갖은 논란에도 창당 이래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존 탈퇴와 옛 화폐인 마르크화 재도입 ▷화력·원자력 발전 확대와 파리기후협약 탈퇴 ▷국경 전면통제와 난민 ‘재이주’ 등을 내걸었다. 또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유럽연합(EU) 바깥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정치구조상 특정 정당이 의석수 과반을 확보하지 않는 한 2개 이상 정당이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반드시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연정을 이끌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좌우 양대 정당인 CDU·CSU 연합과 SPD 사이에서 녹색당 등이 연정 구성의 열쇠를 쥐게 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대로 의석수를 배분할 경우 CDU·CSU와 SPD가 손잡아야 간신히 과반 의석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2021년에는 총선 이후 연정 구성까지 3개월 가까이 걸렸다. 합의에 실패하면 연방의회 선거를 다시 해야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