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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없이 죽여라” IS 영상 공개…러, 용의자 전기·망치 고문

외신, 90초 분량 학살 장면 보도…테러범들 귀 잘리고 곳곳에 상처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24-03-25 19:22:17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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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137명… 부상 180명 넘어서
- “러, 美 테러 경고 무시” 책임론도

러시아 당국은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벌어진 총격·방화 테러의 희생자가 13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테러 용의자 딜레르존 미르조예프(왼쪽부터)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 샴시딘 파리두니가 모스크바 바스만니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기 위해 유리로 된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용의자들 얼굴에는 멍과 상처가 가득하고, 라차발리조다는 한쪽 귀에 큰 붕대를 붙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수사관 등으로 꾸린 사건 조사위원회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장 괴한 일당의 무차별 테러 사망자가 24일 오후 기준 137명이라고 발표했다. 전날 조사위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한 13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체 사상자는 200명이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 만에 사망자가 4명 더 늘어났다. 부상자는 18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조사위는 또 공연장에서 AK 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이 담긴 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가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조직원이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IS는 테러 공격 당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dpa 통신은 이 단체의 선전매체인 아마크가 90초 분량의 테러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영상에는 ‘독점 영상: 기독교인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공격’이라는 아랍어 자막이 들어 있다. 이 영상 속에서 한 테러 용의자는 많은 시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공연장 복도를 향해 돌격 소총을 쐈다. 용의자들의 음성은 변조 처리돼 있었고, 1명은 “자비 없이 죽여라. 우리는 신의 대의를 위해 왔다”고 말했다는 자막이 나온다.

러시아는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전날 검거했다. 테러 용의자들은 모스크바에 있는 조사위 본부로 이송됐다. 러시아 당국이 용의자들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도 공개됐다. 러시아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는 러시아군이 테러 용의자 4명을 구타하고 전기충격기와 망치 등을 이용해 고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용의자 중 샴시딘 파리두니(25)는 바지가 벗겨지고 성기에 전기충격기가 연결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다른 영상에서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는 귀가 잘리는 고문을 당했으며, 망치로 구타를 당해 얼굴에 피를 흘리는 모습도 공개됐다.

실제 러시아 법정에 출석한 이들은 얼굴에 고문 흔적으로 보이는 멍과 상처가 가득했다. 영상에서 귀가 잘렸던 라차발리조다는 한쪽 귀가 있던 자리에 큰 붕대를 붙였으며, 함께 출석한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와 딜레르존 미르조예프(32) 역시 얼굴에 구타당한 흔적이 보였다.

법정에 출석한 용의자들은 모두 집단 테러 혐의로 기소됐으며, 혐의가 유죄로 판결되면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AP·AFP 통신은 전했다. 4명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중 미르조예프, 라차발리조다, 파리두니는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의 심장부가 뚫리면서 최근 5선 대관식을 치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서방과의 대결에 매몰돼 내치를 망치고 있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서방 언론들은 공공안전 분야에서 참사가 발생한 원인으로 푸틴 정권의 과도한 선전, 전시체제의 왜곡된 자원배분을 꼽고 있다. 또 미국 정부가 극단주의 세력의 대형 테러 가능성을 미리 경고했지만 러시아가 묵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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