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용·기각 등 모든 결정 리스크
- 4개 사건 91개 혐의 민형사 재판
- 트럼프 무죄 주장…지지층 결집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굳히기’에 나서며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겹겹의 민형사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시험대에 올랐다. 당장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 문제에 대한 변론에 들어간다. 미국 CNN 방송은 “미국민이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는 동시에 각종 혐의로 법정을 빈번하게 드나드는 그동안 정치사에서 유례없는 일을 목격하게 됐다”고 5일(현지시간)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 앞에 도사리고 있는 사법 리스크의 주요 쟁점과 전망 등을 정리했다.

■연방대법, 8일 대선 출마 자격 변론=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의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했다. 주 대법원은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보고 반란에 가담할 경우 공직을 금지한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했다. 이와 관련해 연방 대법원은 오는 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 문제에 대한 초유의 변론에 들어간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 연합 측 인사들이 공직을 맡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 후보 자격 판단 문제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항이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는지 여부가 이번 연방대법원 변론의 핵심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방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결정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완전한 승리 ▷주에 트럼프 전 대통령 출마 금지 허용 ▷의회에 결정 넘기기 등이 있다고 전했다. 연방 대법원의 어떤 결정도 정치적 혼란 초래 등의 리스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어지는 재판들=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민사 재판 결과가 곧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어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변호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3월 형사 기소된 사건에 대한 재판이 다음 달 25일 열린다.

기밀문서 유출 및 불법 보관 혐의로 받는 형사재판은 오는 5월로 잡혀 있다. 또한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제기한 성범죄 피해 민사소송 2심 재판도 현재 진행 중이다.

다음 달 4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0년 대선 뒤집기 혐의 관련 재판은 일단 무기한 연기됐다. 2020년 대선 개입 혐의로 미국 조지아주에서도 형사 기소됐지만, 재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정리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 난입 독려,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과 관련한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형사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를 자신이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는 서사로 솜씨 좋게 엮어내면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층을 오히려 똘똘 뭉치게 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