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층 ‘성난 백인들’ 표심 자극
- 바이든 “난민 더 몰리면 닫겠다”
- 상원에 국경법안 통과 촉구나서

오는 11월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는 미국 대선에서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남부 국경을 넘어오는 멕시코에서의 불법 입국자에 관한 이른바 ‘국경’(border) 문제다. 미국 사회의 해묵은 논쟁이지만 최근 몇 년 중남미의 경기 침체와 기후 위기, 정치 혼란과 조직범죄가 심해지면서 미국으로 탈출하려는 이주민 행렬이 급증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강한 수위로 비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작년 12월 30만2000명의 (신규) 이민자와 맞닥뜨렸다. 역대 최다 기록”이라며 “우리 국경은 우리를 파괴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역사상 최고의 국경이던 것이 역사상 최악의 국경이 됐다”며 “이 모든 것이 단 3년 만에 일어났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했다.

남부 미-멕시코 국경을 통해 비자 등 적법 서류 없이 들어온 이민자가 작년 말 한때 하루 1만 명 이상에 달한 사실을 상기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날을 세운 것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 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시키고,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이민정책을 펴온 데 대한 비판이었다. 국경과 이민 정책은 공화당 지지층에서 바이든 행정부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불만을 갖는 사안 중 하나로 부상하면서 대선 쟁점화한 형국이다. 백인이 미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이민자에게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장하면서 불법 입국자뿐 아니라 이민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유색 인종 이민자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백인을 밀어내고 주류가 되려고 한다는 ‘대(大)교체론’은 원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음모론이었지만, 점점 더 많은 미국인이 동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인 ‘성난 백인들’ 표심을 자극하며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급한 바이든 대통령은 태세 전환을 했다. 그는 지난 26일 국경에 난민이 너무 많이 몰려들 경우 국경을 닫겠다면서 상원에서 협상이 진행 중인 국경 법안에 대한 초당적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미국에 난민이 너무 많이 몰려들 때 국경을 닫아 이들을 돌려보낼 수 있는 긴급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그것은 내게 대통령으로서 국경이 넘쳐날 때 국경을 닫을 새로운 긴급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면서 “만약 그러한 권한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 법안에 서명해 법제화하는 그날 그것을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 소속 대통령으로서 놀라운 변화로,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그에게 이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