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대만 수호의지 우회 표현
- 中, 경제 압박 민심 이반 유도
- 13일 선거…2030 표심 변수

향후 4년 동안 대만을 이끌 차기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대선)가 오는 13일 열린다.

현재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친중’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에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지만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 간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져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미중 관계와 글로벌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열흘 전인 공표금지 시한 직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야당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3위를 유지했다.

선거가 박빙으로 진행되면서 미중 양국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영향력 견제를 위해 친미 성향 라이 후보를 지지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말 국방예산을 직전보다 약 3% 늘린 8860억 달러(약 1152조 원)로 규정하는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한 것도 우회적으로 대만 수호 의지를 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 언론은 이번 법안이 미국과 대만 간 군사 사이버 보안 협력의 확대와 대만에 대한 무기 인도 과정 등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중국은 독립 성향인 라이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노골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을 상대로 한 무역 장벽 여부 조사를 연장한 데 이어 대만산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연장했다. 경제적 압박으로 민진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꾀해 대선을 중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나섰다. 시 주석은 대만을 겨냥해 “조국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미국으로서는 민진당이, 중국으로서는 국민당이 각각 집권 시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 결과가 나온다면 상대국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를 잃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변수로 20~30대 젊은 층의 표심이 꼽힌다. 자신들은 양안(중국과 대만)의 현 상황을 바꿀 능력이 없다고 느끼고 취업 집값 임금 학비 등 자신과 관계있는 의제에 더욱 관심을 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취업난 등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이 정치보다 민생 복지 등 경제문제에 신경 써줄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2030 세대의 지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