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지난 27일 작고한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생전 그의 발언 등이 재조명받고 있다. 그를 향한 추모 열기도 들끓는데, 갑자기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그와 관련된 해시태그가 사라져 의문을 자아낸다.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의장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영상으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축하하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리 전 총리는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향년 68세.

그의 부고가 전해지자, 현지에서 그의 생전 발언이 회자했다. 중국 SNS 등에서 ‘양쯔강과 황허는 거꾸로 흐를 수 없다(長 黃河不會倒流)’는 리 전 총리 생전 발언이 공유됐다.

이 발언은 지난해 8월 리 전 총리가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한 뒤 “개혁·개방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언급한 것이다.

당시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면서 국경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때였다. 이에 개혁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앞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코로나19 정책을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리 전 총리가 2020년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도 재조명됐다.

그는 당시 중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6억 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7만 원)”이라며 “이 돈으로는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시 주석이 강조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에 대한 정면 반박으로 읽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3월 총리 퇴임을 앞두고 국무원 판공청 직원과 작별 인사에서 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 )”는 발언도 다시 회자했다.

당시 중국 전문가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차지한 중국 최고 지도부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생전 그의 말이 재조명받고 있고, 그를 향한 추모 열기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8일 중국 SNS 웨이보에서 ‘리커창 동지 영정’ ‘리커창 동지 부고’ 등이 각각 검색어 순위 1, 2위를 기록했다.

또 ‘리커창 동지가 세상을 떠났다’라는 해시태그(#)는 22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29일 리 전 총리의 사망 사흘째 중국 SNS 등에서 그와 관련 해시태그가 돌연 사라졌다. 리 전 총리를 애도하는 분위기 확산을 원치 않는 중국 당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웨이보에서는 전날과 달리 상위 50위에서 리 전 총리 관련 해시태그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중국 대표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 50위에서도 관련 해시태그가 자취를 감췄다. 전날만 해도 리 전 총리 부고는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 1, 2위를 기록했었다.

관영 매체도 리 전 총리와 관련해 자세히 다루지 않고 단신성 뉴스만 내보여 뜨거운 추모 열기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한때 시 주석과 대권 경쟁을 벌였고, 엄격한 방역 통제 정책인 제로 코로나의 폐해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등 최고 권력에 맞서 쓴소리했던 리 전 총리 추모 열기는 최고 지도부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될 수 있다”며 “당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로, 리 전 총리 장례가 조용히 치러지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당국도 공식 부고 정도만 내놓은 상황이다. 중국의 공식 부고에서 “중국공산당의 우수한 당원이자 노련하고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전사, 걸출한 프롤레타리아 계급 혁명가, 정치가, 당과 국가의 탁월한 지도자인 리커창 동지가 서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2500여 자 분량의 부고문에는 그의 젊은 시절부터 최근까지 업적이 상세히 설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