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군사용 유용 가능성” 거부
- 내부선 지상군 투입 의견 갈려
- 바이든 “인질 풀려나야 휴전 논의”

이스라엘과 무력충돌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3일(현지시간)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인질 석방을 계기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침공 강행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돼 지상전 수위 조절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던 고령의 이스라엘 여성 2명이 23일 풀려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질 석방 노림수는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카타르·이집트의 중재에 따라 이스라엘인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미국인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한지 사흘 만에 두 번째 석방이 이뤄진 것이다. 석방된 사람은 가자지구 인근 니르 오즈 키부츠 주민인 누릿 쿠퍼(79), 요체베드 리프시츠(85)로,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석방한다고 하마스는 설명했다. 하마스 대변인은 “우리는 점령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그들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적군은 지난 금요일부터 이들의 인수를 거부했고, 중재자들과 합의한 절차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석방된 리프시츠는 오랜 기간 가자지구의 아픈 팔레스타인인을 도운 평화운동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당국은 인질 석방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하마스에 현재 억류된 인질은 220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날 풀려난 두 여성의 남편들도 가자지구에 억류 중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하마스의 인질 석방은 연료를 받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1일부터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봉쇄된 가자지구에 물 식량 의약품이 전달되고 있으나 연료는 제외된 상태다. 유엔은 가자 내 연료비축량이 앞으로 이틀이면 고갈될 것이라며, 연료가 떨어지면 인도주의적 참사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연료를 대가로 한 하마스의 인질 석방 제안을 이스라엘이 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반입된 연료가 하마스의 군사 목적으로 유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질 전원이 풀려나기 전까지 연료 반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지상전 수위 조절하나

하마스가 인질 석방으로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고, 이스라엘의 대대적 지상침공을 늦추며, 임시휴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WSJ는 하마스가 인질을 추가로 석방함으로써 지상작전을 준비하는 이스라엘이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기 전 이스라엘이 지상작전에 들어가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니 인구밀집 지역에서 작전을 제한하라는 국제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인질 2명의 추가 석방으로 미국 등의 압박은 더한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임시 휴전 가능성을 두고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며 “그리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24일 이스라엘을 방문,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것”이라며 “확전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질에 이스라엘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포함돼 국제사회로서는 자국민 신변 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번 전쟁으로 40개국 이상 국민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집계했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 내부에서 지상공격의 범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며, 실제로 ‘침공(invasion)’보다 ‘기동(maneuver)’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상대로 보복 공습을 이어갔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이 24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와 라파의 주거용 건물을 공습해 50여 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이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 측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이 총 5087명으로 집계됐다고 전날 발표했다. 어린이 여성 노인이 사망자의 60%를 차지했다.

지상전 준비도 재차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23일 가자지구 인근 해군부대를 방문, “우리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육상 해상 공중에서 동시에 치명적인 공격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